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배리 슈워츠 지음
김고명 옮김
예담/280쪽
1만 3천 원

일상 생활 속 '결정 장애'로 스트레스
소비자 심리 분석해 갈등 원인 해소

눈이 번쩍 뜨이는 제목이다.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라니. '저자가 혹시 나 읽으라고 이런 책을 썼나'라는 착각도 든다. 책을 집어 들고 보니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부제도 보인다. 그 아래에는 "그걸 골랐다면 달라졌을까"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뒤표지에는 "누가 나 대신 좀 정해 줬으면 좋겠어"라는 좀 더 강렬한 문구도 있다.
 
점심메뉴를 고르기 힘든 순간. 누구나 겪는 일이다. 점심시간에 누군가 "오늘은 그것을 먹자"고 매일 주장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제발 "오늘은 뭐 먹지"라고 묻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 순간 여러 메뉴, 식당과의 거리, 가격, 맛, 주인의 친절도 등 온갖 생각들이 떠올라 고민에 빠지기 때문이다.
 
어찌 점심메뉴 뿐이겠는가. 삶이란 매순간 선택해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선택을 해야 한다. 아침식사를 간단하게라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대형매장의 계란 판매대 앞에서 고민한 적이 있다. 어떤 계란을 살지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계란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니, 하며 깜짝 놀랐다.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돈을 지불하고도 더 영양가 있고, 어쩌면 특수성분이 함유된 계란을 고르게 될 것 같아 계속 확인했다. 그러다 지쳐서 조금 더 비싼 게 더 좋은 계란일 것이라고 믿으며 결정을 내려 버렸다. 이런 선택은 어쩌면 가벼운 것이다. 만약 차나 아파트를 사야 할 때는 계란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고민해야 한다.
 
어쨌든 우리는 매번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의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하는 순간 도리어 선택의 늪에 빠져 버리게 된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결정 장애'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마침내 결정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를 선택하면 되지만 선택의 갈래가 너무 많다. 선택하고 난 다음에도 만족감은커녕 불만, 혹은 미련과 후회가 찾아온다.
 
배리 슈워츠는 사회이론과 사회행동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책에서 선택의 고통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적당히 알맞은 것을 수용하는 법을 터득하고 적당히 만족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거기서 느끼는 즐거움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적응'을 예상하라고 한다. 결국 최고보다는 충분히 좋은 것을 선택함으로써 마음 단련을 하는 게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소비자의 선택 심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긴장을 하게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 역사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앞에 지금처럼 다양한 선택안과 기회비용이 놓여 있지 않았다. 사람들의 질문은 'A, B, C 중에서 뭘 골라야 하지'가 아니라 '이것을 선택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였다. 결핍의 시대에는 기회가 무더기로 찾아오지 않았고 사람들이 결정해야 하는 것은 접근인가 회피인가, 수용인가 거부인가였다. 짐작하건대 그런 분별력, 곧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판별하는 능력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을 것이다."
 
선택을 놓고 고민하거나 일단 선택하고 난 뒤의 소비자 심리는 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때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한 뒤에 갖게 되는 '소유 효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소유 효과를 알면 기업에서 환불 보장제를 실시하는 이유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단 구매한 상품은 소유자에게 단순한 금전적 가치 이상의 가치가 있다. 상품을 포기하는 것은 곧 손실이기 때문이다."
 
선택할 게 마구 밀려들어 와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세상에서 소비자로 살아가는 건 풍요로움을 넘어 또 다른 고민이 됐다. 저자는 선택의 개수를 줄이고,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적당히 만족하라고 권한다. 선택을 할 때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만약 이 책을 선택한다면 점심메뉴나 청바지 고르기에서 출발해 심리학과 경제학을 함께 읽게 된다는 점을 미리 알기 바란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니까.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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