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소식에 동창회 매년 2천만원 기탁
스쿨버스 운행 등으로 학생 2배로 늘어
학부모 "생태·인성교육 좋아" 입소문


한림면 안하로에 있는 안명초등학교는 2009년까지만 해도 신천초등과 함께 폐교 대상 1호였다. 그러나 두 학교는 다른 길을 갔다. 5년 뒤 신천초가 사라졌을 때 안명초는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이 찾는 학교가 돼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2009년에 경남도교육청은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폐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학생 수가 40명이었던 안명초는 신천초와 함께 폐교 대상이 됐다. 서점선 당시 교장(현재 진례초등 교장)은 동창회와 지역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급히 알렸다.

▲ 안명초등학교 학생들이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를 먹으며 웃음 짓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명무실했던 동창회는 학교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힘을 냈다. 이후 매년 2천만 원을 학교에 기탁하기 시작했다. 동창회의 도움으로 학교는 2010년부터 가까운 삼계동 지역을 순회하는 스쿨버스를 운행했다. 그 덕분에 40명이었던 안명초의 학생 수는 80명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61명을 유지하고 있다. 안하에 살고 있는 학생은 20여 명으로 줄어든 반면 삼계동, 장유에서 오는 학생 수가 늘어났다.

안명초가 먼 곳의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학교만이 갖고 있는 학생 집중 교육,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태교육, 음악·체육·독서 등을 통한 인성교육, 체험 위주의 교육 덕분이었다.

경남도교육청이 설정한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7명이다. 장유 신도시 등 일부 시내 지역에서는 학급당 학생이 35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많다. 반면 안명초의 학급당 학생은 15명 전후로 매우 적다.

안명초는 작은 학교여서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김수찬 교감은 "시내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귀국했는데 우리나라 말이 서툰 학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학생들이 더러 찾아왔다. 다들 잘 적응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명초는 또 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태교육을 활발히 진행했다. 이 학교에는 반 단위의 텃밭이 있다. 학생들은 교과 시간은 물론 방과 후에도 텃밭 가꾸기를 한다. 300평의 텃밭에서는 가지, 수박, 토마토, 포도, 감자 등을 키운다. 텃밭 옆에는 감나무, 매실나무, 모과나무, 산수유, 산딸기, 허브 등이 자라고 있다. 학생들은 잠깐 농부생활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무를 심고 물을 주거나 열매를 수확한다.

▲ 학생들의 야외수업 장면.

안명초는 전교생이 함께하는 인성 교육도 진행한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등교하면 모두 독서실에서 20분 동안 아침 독서를 한다. 방과 후나 토요 스포츠 시간에는 전교생이 함께 인라인스케이트, 골프, 프리테니스 등을 즐긴다. 오카리나, 풍물, 우크렐레 같은 악기 연주도 배울 수 있다. 여기에 1년에 두 차례, 매회 일주일 풍물반을 운영한다. 풍물반은 해마다 음악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안명초는 이밖에도 100% 무료로 진행하는 방과 후 교실, 한국청소년연맹 활동, 직업체험 견학, 습지 체험 등을 운영한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학생, 학부모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학교에 학부모동아리가 생겨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함께 야영을 가기도 했다.

안명초에 4학년 자녀를 보내는 이민자(47·삼계동) 씨는 "유치원 때부터 안명초등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안명초등에 보내게 됐다. 셔틀버스를 타야 하지만 버스가 안전하게 데려다 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사춘기를 앞둔 아이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건강하게 발산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장현순 교장은 "우리 학교에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는 게 참 자랑스럽다. 학생들이 스마트폰, TV, 컴퓨터 대신 자연과 사람을 경험할 수 있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