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근·김해중부경찰서 경위
둘째 아들은 대형매장에 가면 물건을 사 달라고 조르면서 바닥에 아예 드러눕는다. 우리 부부는 이때 아이에게 "이제 그만 하세요"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아이에게 조심스러운 높임말을 사용함으로써 마음가짐과 행동이 달라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높임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높임말을 하는 후배를 보고 유치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말을 조심하면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부모의 조심스러운 말을 들으면 아이도 말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한다.
 
이후 높임말을 하는 대상을 아내에게로 확대했다. 이때도 역시 부부간에 서로 높임말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부부간에 편하게 반말을 하면 될 것 뭐하러 그러나'라고 생각할 때였다. 하지만 부부간에 높임말을 쓰고 난 뒤 여러가지로 많은 게 달라졌다. 서로 챙겨 주는 마음이 생기고 부부싸움은 없어지게 됐다.
 
한 경찰관 선배는 민원인이나 심지어 경찰서에 붙들려 온 청소년들에까지 높임말을 한다. 그런 선배의 언행은 민원이 더 크게 확장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 필자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었다. 부모를 비롯해 상대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낮춤말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높임말을 일상화하고 난 뒤부터는 아무 생각없이 내뱉는 말들이 스스로는 물론 가족까지 욕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 말 한 마디가 가지는 힘은 대단하다.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자녀, 아내, 직장동료 등 정말 가까운 사람들에게 높임말을 써보자.  말 한 마디가 서로 존경하는 사회, 서로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할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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