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
서천석
창비/412쪽
1만 5천800원

소아정신과 의사의 소통 감성 지침서
그림책 이야기 통해 아동 심리 분석

"내가 어렸을 때 이런 그림책들이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린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자신이 그림책에 푹 빠져버리는 어머니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책 출판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였다. 그 이전에 유년시절을 보낸 세대들은 그림책의 풍요를 즐기는 자녀 세대가 부러울 때가 있다. 물론 그림책 여러 권을 옆에 '쌓아두고 읽어치우는' 무시무시한 속도에 맞춰 좋은 그림책을 공급하느라 힘이 좀 들긴 하지만 말이다.
 
어린이들은 어떤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씨가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어린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림책을 읽다가 그림책 애호가가 돼 버렸다. 여러 매체를 통해 그림책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 그는 그림책 전문가가 아니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림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소아정신과 의사로서의 전문적 지식은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지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감성은 배울 방법이 없었다." 
 
서 씨는 그림책이 가득한 서점의 책장 앞에서 막막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 그는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한 부모들,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한 부모들, 아이와 그림책을 함께 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답답한 부모들과 책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중에서 한 편을 들어보자. 일본의 그림책 작가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에서는 1986년,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후 지금까지 유아 그림책 중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책이다. 어린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두 집 건너 한 집에 이 책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졌다.
 
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달님이 점차 환하게 떠오르다가 구름에 가려지고, 나중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을 그렸다. 밤하늘, 달님 얼굴, 구름, 집, 고양이 그림, 그리고 120여 글자로 이뤄진 간결한 내용의 책이다. 책을 펼치는 어른들은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한 물감도 몇 가지 안 되겠다"며 본전 생각부터 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 생각은 곧 사라진다. 어린이들은 이 책에 쉽게 빠져들고 좋아한다. 보고 또 본다. 본전을 충분히 건지고도 남을 만큼. 왜 그럴까.
 
서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돌에서 두 돌까지의 아이들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중략) 이 무렵의 아이들은 없어진 것이 다시 나타나는 놀이를 좋아한다. 반복적인 놀이를 통해 사라짐에 대한 불안을 버리고 영속성을 배울 수 있어서이다. 대표적인 놀이가 까꿍 놀이이다. 처음 만난 유아와 가까워지는 데 그만한 놀이는 없다."
 

그러니까 30여 년의 세월 동안 베스트셀러였던 <달님 안녕>의 비밀은 어린이들이 자지러지는 바로 그 '까꿍놀이'였던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그림책과 함께 그림책을 좋아하며 읽는 어린이들의 심리를 소개한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부모들에게는 적지 않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건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을 권장도서처럼 받아들여 자녀들에게 강권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자녀가 특정 그림책을 좋아하며 읽을 때는 부모가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는 게 아닐까.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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