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실업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세대에 따라 답변이 다 달랐다. 50대 이상 세대에서는 43.0%가 '청년들이 임금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만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20대는 18.6%만 이에 수긍했다. 20대 가운데 58.0%는 취업에 가장 필요한 요건으로 인맥과 연줄을 꼽았다.

물론 각 세대들의 주장에는 다들 일리가 있다. 임금 수준이 대기업의 60~70%에 불과한 중소기업에 가지않겠다며 청년들이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힘든 시절을 경험했던 기성세대의 목소리도 크게 틀리지는 않다. 한 공기업이 직원 36명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한 국회의원의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청년이 서류전형 성적 2천299등을 기록하고도 당당히 합격한 이른바 '창조 취업 사건'에 분노하는 젊은이들의 주장 또한 나무랄 수만은 없다고 하겠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에 따라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의 기대를 부풀게 하였다. 그러나 임기의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까지 대통합의 뚜렷한 효과는 없으며 오히려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대립은 이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격화되었다. 최근에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에 일자리 갈등마저 더해져 우리 사회는 명실공히 입체적 갈등에 둘러싸였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청년 고용절벽을 해소하는 방안이라면서 임금피크제를 내놓았다. 노조를 압박하는 동시에 제도를 도입하는 민간기업에는 당근을, 도입하지 않는 공기업에는 내년 임금인상률을 대폭 낮추는 채찍을 앞세워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정년연장법 통과로 얻을 것은 이미 얻은 노조 측은 서두를 것 없다며 느긋해진 것 같다.

임금피크제는 사업주가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해 주거나 기존 정년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한 연구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정년연장 법안이 실시되고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은 내년부터 5년 간 총 107조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반면에 제도를 도입하면 삭감된 인건비 예산으로 31만여 개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효과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왜 임금피크제가 청년 고용절벽 해소방안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주장이다. 임금피크제는 50대 중반에 퇴직해 60대 초·중반에 연금을 수령하게 됨으로써 복지공백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을 위해 실시하는 제도인데, 정부가 부모와 자식 간 편가르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더라도 퇴직해야 할 노동자가 삭감된 임금을 받고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기업들이 젊은이들을 추가로 채용할 필요성을 느끼겠는가 하는 의문도 여전히 남는다. 정부는 이같은 우려가 커지자 그 보완책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들고 나와 사실상의 일자리 나누기를 암시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99%의 중소기업들이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게 되면 추가 인건비가 필요하다. 허약한 중소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생존을 위해 기업들은 구조조정, 권고사직 등의 음성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에서 개별적으로는 올바르게 보이는 정책들이 전체적으로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는 '합성의 오류'를 일으킨 사례는 과거에 무수히 많았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오늘날 비정규직 양산의 족쇄가 됐다.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최저임금제가 수많은 아파트 경비원을 일터에서 내몰았다. 시간강사를 보호한다는 시간강사법은 보호대상인 시간강사마저 시행을 거부해 국회 통과 후 4년째 유예되고 있다.

정년연장법이 통과된 이상 기업들은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에 악마가 숨어 있는 법안 때문에 훗날 다른 과오를 저지르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의 근본적 방안은 임금피크제가 아니라 기업의 신바람 나는 투자활동이며, 정부가 할 일은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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