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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사로잡는 은은한 '연탄구이 맛'황찬준 김해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과 진영 중앙시장 '57년 전통 할매 꼼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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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5.10.07 09:27
  • 호수 242
  • 15면
  • 조나리 기자(nari@gimhaenews.co.kr)

   
▲ 장유 중앙시장 할매 꼼장어 전경.

40년 전 아버지와 함께했던 진영 5일장
어린시절 '장터의 맛' 생각날 때면 발길
꼼장어 매콤·고소·쫄깃… 입이 황홀
얼큰하고 짭짤한 선지국도 일품
3대 64년째 전통 잇는 '장인 손맛'

"제가 어릴 때는 진영 오일장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어요. 시끌벅적 둘러 앉아 연탄불에 구워먹는 꼼장어와 선지국밥이 인기였죠. 지금도 그 기억이 많이 나 이렇게 시장을 찾곤 합니다."
 
김해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황찬준(49) 회장은 진영에서 태어난 김해 토박이다. 진영역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흩어지던 시절, 그의 아버지는 오일장이 열리던 진영시장에서 얼음 장사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장에서 자라서인지 그의 머릿속에는 30~40년 전 오일장의 모습이 생생하면서도 아련하게 남아 있다.
 

   
▲ 김해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황찬준 회장이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연탄구이 꼼장어를 한 점 들고 환하게 웃음 짓고 있다.
그래서일까. 황 회장은 "아주 맛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자"며 장유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그는 중앙시장 안에서 가장 큰 가게에 자리를 잡았다. 간판은 따로 없었지만 신문, 방송을 많이 탄 곳이어서 '57년 전통 할매 꼼장어'라는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었다. 실은 현수막을 단 때로부터 벌써 여러 해가 지났으니 지금은 '64년 전통 할매 꼼장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가게 입구에서는 선지국과 소머리국이 한 솥 가득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불이 조금 오른 연탄 화로가 놓여 있었다. 가게 한 쪽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메뉴는 꼼장어와 막걸리였다. 선지국이 서비스로 나왔다. 얼큰하고 짭짤한 선지국이 먼저 입맛을 당겼다. 황 회장은 막걸리를 한 사발을 들이켰다. "선지국, 꼼장어와 막걸리 얼마나 좋습니까." 옛 추억이 떠올라서인지 그의 기분은 한껏 들떠 있었다.
 
꼼장어가 연탄불에 구워지길 기다리면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황 회장은 현재 자녀가 재학 중인 김해외국어고등학교 운영위원장과 김해지역 전체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학교운영위원장은 학교장과 함께 학교를 운영해 나가는 주체다. 교육, 예산, 행사 등 전반적인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황 회장은 "운영위원을 하던 친구가 '학교는 보수적인 기관이라 변화가 참 힘들다. 운영위원을 같이 하면서 좀 도와 달라'고 부탁해서 운영위원을 하게 됐다. 친구는 지금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데 나는 회장 직을 맡게 됐다"며 크게 웃었다. 학교운영위원장은 정치인들이 맡는 자리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치를 위해 자리를 맡아서는 안 된다. 나는 정치를 할 생각이 없는 만큼 순수하게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 꼼장어 구이(왼쪽)와 얼큰한 맛의 선지국.

연탄불로 구운 빨간 양념의 꼼장어가 나왔다. 가스 불 위에 꼼장어를 다시 올렸지만 이미 다 익힌 것이라고 했다. 꼼장어를 입에 넣자마자 은근한 연탄 향이 느껴졌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에 석탄이 들어오면서부터 나무 대신 연탄을 쓰게 됐다. 어릴 때는 다 연탄을 사용했다. 연탄 맛이 참 그립더라"라고 말했다.
 
살이 탱탱한 꼼장어는 매콤했고, 고소했고, 쫄깃했다. 황 회장은 "지금은 산골에서도 활어를 먹을 수 있지만 그때는 내륙에서 활어를 먹기한 정말 힘들었다. 진영은 그래도 마산과 가깝고 교통이 좋아 활어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진영에 꼼장어 골목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추억담을 나누며 상추, 깻잎에 꼼장어를 쌈을 싸 먹다 보니 시원한 막걸리만큼이나 꼼장어가 술술 들어갔다.
 
꼼장어가 끝이 보일 때쯤 선지국수와 소머리국밥을 주문했다. 뜨끈한 국물을 한 술 뜨니 매운 꼼장어 양념이 말끔하게 씻겨나갔다. 황 회장은 선지국수를 먹으면서 "어릴 때는 밥보다 국수를 먹을 때가 더 많았다. 하도 국수를 많이 먹어서 국수를 싫어하게 됐는데 다 크고 나니 그 맛이 또 생각나더라"라고 말했다.
 
   
▲ 할매꼼장어의 손재옥 사장.
점심시간이 채 안 돼서 가게를 찾은 탓인지 처음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는데 국밥을 먹으면서 보니 어느새 손님들이 제법 많이 들어차 있었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옛 맛을 찾으러 온 중장년층이 많았다. 친정어머니 때부터 조카며느리까지 3대가 64년째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전통 할매 꼼장어 손재옥(58·여) 사장은 "특별한 비법은 없다. 어머니가 알려주신 대로 하는 거다. 옛날 그 연탄 맛이 그리운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게를 나서면서 황 회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토끼는 상대를 보고 거북이는 목표를 본다'는 재미있는 가훈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토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학교운영위원장으로서도 그렇지만 내 딸과 가족,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게 꿈입니다. 옛 맛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그 순수했던 그 마음으로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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