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 공장서 일하다 독립해 활동
주전자·그릇·찻잔 등 일상 제품 주력
이사장 등 역임 도예협회 발전 기여

"도자기는 250~1천300도의 뜨거운 불로 구워 내는 그릇입니다. 열 속에서 겉모습은 맑고 청롱한 빛을 유지하면서 속으로는 더 단단해지고 청결해지죠.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을 때 도자기의 매력을 물씬 느낍니다."
 
진례면 청천리 '광진도예'의 김광수(63) 씨는 주전자, 찌개·밥 그릇, 찻잔 등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도자기를 주로 만든다. 가스불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끓는 물을 담아내기도 하는 내열 도자기를 전문으로 한다. 여기에는 도자기의 생활화를 꿈꾸는 김 씨의 가치관이 녹아 있다.
 

▲ 광진도예 김광수 씨가 색채기법으로 만든 도자기를 들고 있다. 사진=김소희 ksh@

투박해 보이면서도 담백한 매력을 뽐내는 사찰 그릇, 꾸밈없고 정갈한 빛을 내는 그릇, 풀잎의 하늘거리는 곡선을 표현한 찻잔, 호박 모양과 네모난 주전자 등이 가득한 그의 도예실을 둘러보면 '과연 한 사람의 작품이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통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 씨는 "전통만 고수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현대 도자기의 좋은 점들을 받아들여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지도록 항상 고민하면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옆에 있는 보라색 밥그릇을 하나 집어 들더니 "지난해부터 블루베리색을 섞어 만들기 시작한 그릇"이라고 설명했다. 
 
도예실을 더 살펴보니 아름다운 빛을 띠는 관상용 도자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도자기에 조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다양한 색을 나타내는 색채기법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도자기에는 초록색과 붉은색, 푸른색과 회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지구 밖 행성을 닮은 오묘한 색을 품은 도자기는 매력적이었다.
 
김 씨는 어릴 때부터 도자기와 인연이 깊었다. 부친이 경남 합천 가야면에 있는 큰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던 기술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도 어릴 때부터 도자기를 보고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아버지가 다니던 공장에 취업해 도자기를 배우게 됐다.
 
김 씨가 일하던 공장은 수공예 도자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계로 도자기를 '찍어내던' 곳이었다. 도예인들이 만드는 작품과 달리 한 시간에 도자기를 열 개 이상 만들었다. 그는 거기서 오래 일을 하며 상무까지 맡았다. 그러다 25년 전 회사가 어려워지자 퇴직한 뒤 김해로 내려와 광진도예를 차렸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진례로 모이게 돼 있는 것 같아요. 집단 도예촌에 온 뒤 수공예 도자기를 만들게 됐습니다. 하루에 수백~수천 개씩 도자기를 만들던 공장과 달리 하루에 도자기가 몇 개 나올지 예측할 수 없지만 하나하나 정성을 쏟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 호박, 사각형 모양의 주전자. 사진=이수미
수공예 도자기의 세계로 들어온 김 씨는 처음에는 판로를 찾지 못해 2년 동안 돈을 거의 벌지 못할 때도 있었다. 도자기를 찾는 사람이 없어 생활이 어려워지자 '도자기를 그만 둘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이후 그의 도자기를 알아보고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입지를 다진 김 씨는 김해 도예를 한 걸음 발전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2006년 ㈔김해도예협회에 크게 기여하기도했다.
 
2002~2009년에는 김해도예협회 이사장, 2006~2009년에는 김해도예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처음 협회를 시작할 때에는 사무실이 없어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십만 관광객을 맞는 김해분청도자축제를 개최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그가 처음 김해에 왔을 때 20여 명에 불과했던 도예가들은 지금은 90여 명으로 늘어났다. 김해분청도자축제와 도예인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
 
"도자기를 만드는 일을 예사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디자인에서부터 뜨거운 불을 거쳐 완성하기까지 완벽하게 몰두해야 좋은 도자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도예가들이 늘면서 진례가 소비자, 도예가 들이 연결되는 장소로 발전하고 있어 기쁩니다. 도자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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