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선의 <과학자의 생활참선기>
황전원 세월호 조사위원

대다수 학생들처럼 고교 시절에 방황을 많이 했다. 정신적인 열등감에 시달렸고 육체적으로도 무척 힘들었다. 몸이 좋지 않아 휴학까지 했다. 남들은 3년이면 마치는 고등학교를 4년만에 겨우 마쳤다. 대학에 진학한 뒤 왜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어했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 내면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 고뇌의 시기에 <과학자의 생활참선기>를 만났다.
 
저자인 박희선 박사는 일제 강점기 일본의 동경제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서울대학교와 국민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쳤고, 우리나라 금속공학 분야에서 불후의 명저라 할 수 있는 <금속공학대계>의 저자이기도 하다. 에베레스트산 최고령 등반기록을 가지고 있고, 각종 마라톤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신기록의 소유자이다. 한마디로 정신적·육체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매일 매일 실천하는 참선이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저자는 서울대 교수 시절 50세 나이에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다시 유학을 갔다. 명색 우리나라 최고 대학 교수였으므로 최소한 박사과정은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일본 대학 측은 그의 실력을 점검한 뒤 석사과정을 제안했다. 싫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일본에 가서 공부하고 오겠다고 큰소리 친 마당에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여서 그는 자존심을 누른 채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속으로는 '곧 나의 실력으로 너희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테다'라고 마음먹었다. 아들뻘 되는 20대 대학원생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첫 중간고사 시험 결과 그는 빵점을 받았다. 지금까지 최고의 학자라고 자만했던 게 부끄러웠다. 
 
당시 고혈압, 관절염, 노안까지 겹쳐 정신적·육체적으로 젊은 학생들을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절망의 시간이었다. 이때 우연히 신문에서 참선광고를 봤다.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문을 두드리게 됐고 규칙적으로 참선을 배웠다. 그는 참선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정신적 안정은 물론 지치지 않는 체력과 정신력의 개발을 체험하면서 공부 등 모든 면에서 일본 학생들을 압도하게 됐다. 그는 5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학자이면서 참선 전도사로 활동하게 된다.
 
저자는 책에서 참선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과학자답게 참선의 효과를 과학적 자료로 검증했다. 바쁜 현대인에게 투자 대비 최고의 효율을 올릴 수 있는 게 참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을 접한 이후 참선을 생활화하게 됐다. 저자처럼 꾸준히 하거나 대단한 능력을 얻은 것도 아니지만, 삶의 굴곡마다 버팀목이 됐음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매일 조금씩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생활이 쌓이다 보면 내면의 성숙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 큰 돈도,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하루 30분 규칙적으로 투자하면 된다. 참선을 통한 정신세계로의 여행을 권하고 싶다.



>>황전원/1963년 김해 출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18년 근무. 한국폴리텍대학 학장 6년 재임. 현재 세월호 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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