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날
노인경 글·그림
책읽는곰
40쪽
1만 2천 원

생일 맞은 기대·설렘 화사하게 담아
2013년 세계적 권위 그림책 상 수상작

해마다 돌아오는 날이건만, 그래서 제법 의연해질 법도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에는 의식되고, 수선스러움은 애써 피하고 싶은 다소 이율배반적인 마음. 마냥 즐겁지도 않지만, 괜히 기대되기도 하고, 한껏 들뜨다가도 금세 차분해지기도 하는 복잡 미묘한 상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살아 있음'과 '살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고, '지금의 나'와 '지금까지의 나'가 교차하는 좌표를 그려보는 날. 그렇게 안심하고, 위안하고, 감사하고 기념하며 소박한 의식을 '축하'라는 마음에 담아 스스로에게 건네는 날. 또, 누구에게라도 '처음'과 '시작'이 있었음을 환기하고 돌아보는 날-바로 생일이다!
 
생일을 맞는 기대와 설렘을 화사하게 담아 전하는 선물 같은 책 <너의 날>. 이 책을 보면 앙증맞은 케이크 위에서 파티를 즐기는 동물 친구들을 머리 위 리본으로 야무지게 올려 묶은 채 찡긋거리고 있는 환한 표정의 아이가 표지를 가득 채운다. 초가 켜지고 축포가 터지고 온 세상의 밝은 기운이 아이에게로 향한다.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강아지는 무엇을 해도 기쁘고 즐겁다. 자꾸 웃음이 나고 몸은 가볍고 들뜬다. 과연 어떤 선물을 받게 될지 궁금한 고양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선물상자를 바라보고 있고,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이길 바라는 문어는 시침 뚝 떼고 기다리고 싶지만 궁금증 때문에 마음이 간질거려 각기 다른 신발을 들고 오는 물고기를 흘깃 훔쳐보는 중이다.
 

다른 날들과 다른 날이니까, 저 멀리 우주 밖에 사는 친구라도 한 걸음에 와주지 않을까 생각하는 아이와 공룡 해골이나 바위 귀신처럼 그냥 보기에도 오싹한 초대하지 않은 친구들이 괴기스러운 선물을 챙겨오면 도망가야겠다고 마음먹는 꼬마 곰, 이토록 기다리는 생일인데 설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면 어쩌나 염려하는 사막 여우까지 생일을 맞는 아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마음이 펼쳐진다.
 
뭐니뭐니해도 생일엔 신나게 놀아야 제 맛! 재주도 넘고 묘기도 부리고 하고 싶은 일 다 하기. 맛있는 음식도 빠질 순 없다. 첫 돌처럼, 세상 모두가 감격에 겨워 압도적인 축복을 보내는 시끌벅적한 생일이 있는가 하면 비까지 내리는 도시의 밤에 밝은 불빛이 그리워지는 혼자 맞는 생일도 있는 법이지만 중요한 건 하루를 사는 누군가에게도, 백 년을 사는 누군가에게도 생일은 모두 특별하고 의미 있는 날이라는 점! 그러니 이제 소원을 빌기. 촛불이 꺼지고 마술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면 소원은 모두 이루어질 테니까. 생일 축하해!
 
실제로 첫 아이를 기다리며 이 책을 작업한 노인경 작가는 2012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혔고 2013년에는 세계 3대 그림책 상 중 하나인 브라티슬라바 국제원화전시회(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주변의 작고 소박한 것들을 천천히 바라보고, 그들과 자신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하다 깜짝 놀랄만한 비밀을 찾아내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는 그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작업을 많이 해야겠다고 말한다.
 
앞 면지는 생일을 맞는 친구에게, 뒷 면지는 생일을 맞은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생일이 특급열차의 티켓이나 놀이공원의 자유이용권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날이기도 하지만, 조용히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날임을 상기시키며 흔하지 않고 생기 있는 특별한 축하를 건넨다. 김해뉴스




김은엽
화정글샘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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