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시민 52만 7천여 명 가운데 청소년(13~19세)은 5만 3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0.2%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청소년 인구 비율이 높지만 김해시의 청소년 복지 정책은 미흡하기 그지 없다. 청소년 시설은 협소한데다 낡았고, 청소년지원 네트워크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른바 '학교 밖 청소년'과 '비행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 김해 청소년들은 과도한 학업에 시달리지만 지역에는 여가를 즐길 마땅한 시설이 없는 게 현실이다. 깊은 밤 시내 유흥가를 지나가는 여고생들. 김해뉴스DB
중·고생들 학업 스트레스 극심
각종 시설 낡고 작아 이용 불편

잠재 학업중단 위기 학생 800여 명
정확한 원인·현황 실태조사 시급

가출 청소년 범죄에 그대로 노출
복지단체 지도만으론 관리 한계


■ 학업에 바빠 여가 없는 청소년들
김해 청소년들은 다른 지역 청소년들처럼 대부분 학업과 진로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지난해 김해시가 중·고등학교 재학생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김해 영 드림(Young Dream)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중 38.4%가 '공부'를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았다. 이어 직업(29.5%), 외모(6.6%), 용돈 부족(3.9%) 순이었다. 청소년 가운데 29%는 학업 때문에 학교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A고등학교 김 모(17) 양은 "아침 자습시간부터 야간 자율학습시간까지 하루 12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공부만 한다. 학습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 능률은 잘 오르지 않는다. 성적에 따라 점수를 매겨 순위를 정하는 것에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다수 친구들도 학교 생활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소년 대부분의 평일 여가는 2시간 내외로 짧았다. 이들은 대개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낸다. '영 드림 통계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평일 여가는 1~2시간이 42.6%로 가장 많았다. 1시간 미만(28.1%), 3~4시간(20.2%)이 뒤를 이었다.

여가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TV 등 시청이 28.9%로 가장 높았고 휴식(21.1%), 컴퓨터 게임(10.8%), 인터넷 채팅(9.8%) 등 순으로 나타났다.

B고등학교 이 모(18) 군은 "평일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오후 10시다. 어떤 친구들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다시 학원이나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더 하다 자정이나 오전 1시에 집에 간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여가가 있을 수 없다. 생긴다 해도 딱히 즐길 만한 일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 청소년도 모르는 청소년시설

김해에는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종합지원센터 등 모두 6곳의 청소년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이 낡거나 규모가 작은데다 접근성이 떨어져 청소년들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영 드림 통계조사'를 보면, 청소년 사회복지기관을 이용한 적이 없다는 대답이 무려 84.2%에 이른다. 그 이유를 보면, 이용시간 제한(23.8%), 시설 낙후(21.4%), 교통 불편(14.3%), 프로그램 부족(14.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C중학교 최 모(15) 군은 "친구가 청소년문화의집을 소개해 줘서 이런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교통이 불편해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말고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다른 청소년 사회복지시설들은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 곳들인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청소년지도사 A 씨는 "청소년문화의집은 2004년 2월 개관했다. 10년이 넘다 보니 곳곳에 비가 새는 등 시설이 낡았다. 시설 규모도 작아 청소년 수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문화의집 인력은 운영팀장과 청소년지도사 둘 뿐이다. 각종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 사업을 진행하는 것만으로 벅찰 것으로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영 드림 통계조사' 자료를 보면 청소년들 가운데 47.7%는 직업 및 진로체험 시설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야영형 청소년 체험시설(19.2%), 숙박형 청소년 종합 체험시설(13.6%) 등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었다.

A고등학교의 진로·진학 담당교사는 "대부분의 청소년이 진로 문제로 고민한다. 학교에 진로·진학 담당교사가 있지만 적성검사를 하거나 상담을 하는 데 그친다. 1년에 한 번 직업인과의 만남 행사를 진행하지만 청소년들에게 간접경험을 시켜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직업을 체험하면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5월 외동 공주공원에서 진행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위한 청소년 야간매점 행사.

■ 방치된 '학교 밖 청소년'

김해시교육지원청의 '2012년 학업중단 학생 수' 자료에 따르면, 김해의 학업중단 학생은 625명이었다. 창원의 980명과 비교해 보면 적은 편이지만, 김해의 초·중·고등학교가 110개로 창원(214개)의 절반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실제로는 적은 게 아니다. 청소년상담사, 사회복지사 들은 교육부의 '전국 학업 중단율'을 김해에 적용하면 잠재적 학업중단 위기에 놓인 청소년이 현재 800명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런데 김해에서는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상담사 A 씨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학교 부적응, 우울증, 방임, 게임중독 등 다양하다. 김해교육지원청은 학업중단을 막기 위해 학업숙려제를 실시하면서 WEE센터, 김해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연계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학교에서 학업중단 청소년 개인정보를 상담센터에 잘 전달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받더라도 청소년들이 바꿔 버리는 바람에 연락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단체 두리나리, 김해YMCA 청소년쉼터, 김해청소년자활지원관, 김해청소년문화의집, 김해시 여성아동과, 김해교육지원청 등 8개 기관은 2013년부터 학업 중단 청소년에 대한 지원 대책을 고민해 왔다. 지난 5월부터는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위한 청소년 야간매점을 매월 넷째 금요일에 외동 공주공원에서 열고 있다.

A 씨는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청소년 관련단체에서는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 지자체가 학업중단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이들에 대한 지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상담사들은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 등의 시설이 김해에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소년상담사 B 씨는 "김해에는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이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가 하나도 없다. 이때문에 창원 등 다른 지역의 대안학교에 다니기도 한다.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차선을 선택할 수 있게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행청소년 지원 체계 없어
전문가들은 학업 중단 청소년들이 학교 밖으로 나갈 경우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행, 범죄 등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 학업중단 청소년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일명 '가출팸'을 만들어 성매매 알선 등 범죄에 가담하거나, 생계를 위해 절도를 저지르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해에는 범죄를 저질렀던 청소년들을 계도하거나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사회복지사들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비행 청소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사회복지사 C 씨는 "청소년 관련단체나 복지관 등은 소년원에서 나온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들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들이 이들을 24시간 따라 다닐 수는 없다. 이들에게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달려가거나 필요한 사항을 도와주는 것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김해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미래세대분과 관계자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의 경우 대개 한부모·조부모 가정에서 자랐거나, 학대·방임 등의 열악한 환경을 겪었던 경우가 많다"면서 "김해지역의 경우 이러한 청소년들을 지원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기관 설치,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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