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폐교 위기 학교·동창회 나서
승마·축구교실 등 각종 체험 학습 진행
교사당 학생 3~4명 밀착 학습지도 실시
"구성원 소통으로 학교 운영 가장 매력"

주촌면 주민센터에서 내삼리 방향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듬성듬성 보이는 회색 공장들 사이로 주촌초등학교가 나타난다. 우중충한 공장들 사이에서 눈부실 정도로 푸른 잔디에 탁 트인 운동장을 가진 예쁜 학교다. 입구에서부터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주촌면 서부로에 있는 주촌초는 1931년 문을 열어 올해로 개교 84년을 맞았다. 지난 2월까지 주촌초를 졸업한 졸업생은 5천785명에 이른다. 2009년 경남도교육청이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폐교한다는 계획을 세운 이후 주촌초는 약 3㎞ 떨어진 주동초등학교와 통·폐합된다는 이야기에 시달렸다.

▲ 지난 5월 '축구 스포츠스타 체육교실'에 참가한 주촌초등학교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3년 전인 2012년부터 학교와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학교를 살리자'는 뜻이 모였다. 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임수현 교사는 "동창회와 학교 교직원들이 '80년 역사를 가진 학교를 없앨 수 없다'는 생각에 다양한 학교 활성화 방안을 놓고 고민을 했다. 먼저 학교 홍보에 적극 나섰다"고 말했다.

주촌초는 가까운 장유 율하동, 내외동에 펼침막을 붙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를 홍보했다. 동창회에서는 기금을 마련해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전교생이 참여하는 다양한 체험학습, 전액 무료로 운영하는 방과 후 활동, 개인 수준에 맞는 학습지도, 학부모와의 소통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주촌초와 총동창회의 노력은 점차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작은 학교'의 장점을 느낀 율하동, 내외동 학부모들이 자녀를 입학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신입생이 5~10명에 불과했지만 2년 전부터는 매년 14명, 17명으로 10명을 넘기 시작했다.

임 교사는 "전교생이 60여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양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경북 안동에 가을문학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하철을 탈 기회가 없는 아이들과 함께 경전철을 타고 부산에 나가 영화를 보기도 했다. 총동창회와 마을청년회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과 함께 여름 물놀이, 지역 순례 등 큰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체험학습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주촌초는 지난해부터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지원을 받아 봄, 가을에 학교에서 승마체험을 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골키퍼 이범영 선수를 초청해 축구교실을 열기도 했다.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방과 후 교실은 전액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방과 후 교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흥미조사를 실시한 뒤 수업을 개설한다. 올해는 사물놀이, 오카리나, 에어로빅, 스내그골프 등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업을 매일 진행하고 있다. 실력을 잔뜩 쌓은 에어로빅반은 오는 30일 경남소년체육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임 교사는 "초등학생 시절은 학생들의 진로 탐색기간이라고 한다. 주촌초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적성과 진로탐색의 기회를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촌초는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디딤쑥쑥 교실', 'EBS 화상교육' 등도 진행한다. 임 교사는 "매년 진단평가 결과를 보고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사가 과목별 학습지도를 한다. 교사 1명이 학생 3~4명을 맡는다. 방학 때에는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수학 성적 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EBS 강의를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도록 하거나 멘토교사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법을 지도한다.

주촌초는 학교 한쪽에 텃밭도 만들었다. 고추, 피망, 허브, 토마토 등 각종 채소가 학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학교에서 장터를 열어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교직원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판매수익금 13만 원은 노인복지시설 보현행원에 기부했다.

주촌초에 6학년 자녀를 보내는 정지원(45·율하동) 씨는 "학생, 학부모 들의 요구 사항을 조사한 뒤 방과 후 교실을 개설한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들이 서로 소통한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학생들은 경쟁을 배우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재능과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조을연 교장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참 자랑스럽다. 학생들이 자신 뿐만 아니라 남을 소중히 여기며 바른 인성을 가지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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