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 시티투어버스가 고풍스러운 건축물로 가득한 시내 중심가 리젠트 스트리트를 지나가고 있다.



1951년 축제 관광객 위해 2층 순환버스 도입
인기 높아지며 3개 회사 치열한 경쟁 체제

버킹엄궁전, 대영박물관 등 다양한 노선
템스강 끼고 돌며 런던 모습 한눈에

정류장마다 직원 배치 고객 안내도우미
유람선·무료워킹투어 연계 새 상품 개발


 

영국 런던은 지난 6월 마스터카드가 발표한 '2015년 글로벌 관광 도시 지표'에서 2년 연속 '방문 관광객 수' 1위를 차지했다. 마스터카드는 올해 관광객 1천882만 명이 런던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세계인이 사랑하는 런던의 여러 가지 상징들 중 하나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태우고 시내를 누비는 2층 시티투어버스다. 런던의 시티투어 버스는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이 되고 있다.
 
■ 런던 시티투어버스의 역사
런던에서 처음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한 것은 64년 전인 1951년이었다. 영국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런던을 찾아오자 '서비스J'라는 이름으로 2층 순환버스가 도입됐다. 버스는 처음에는 버킹엄 궁전, 켄싱턴 역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정류장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들어 시티투어버스 서비스는 확장됐다. 파란 배지를 단 해설사가 직접 버스에서 명소를 소개했다. 1971년 당시 요금은 어른 50페니(약 2천500원), 어린이 30페니(약 2천 원)였다. 1985년에는 프랑스어·독일어 오디오 가이드가 도입됐고, 1990년에는 8개 국어로 늘어났다.
 
1991년에는 지금처럼 승객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 내렸다가 타는 '홉-온 홉-오프(hop-on hop-off)' 서비스가 도입됐다. 처음에 만들어졌던 시티투어버스의 회사 이름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더 오리지널 런던 사이트시잉 투어(The Original London Sightseeing Tour)'는 1992년에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 프랑스 버스회사로 넘어갔다.
 
오랜 역사를 지닌 오리지널 버스 외에 1990년대 이후에는 '빅버스'와 '오픈 탑 버스 투어'도 생겨 지금은 3개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티투어버스 요금은 하루짜리 표가 성인 30파운드(5만 4천 원), 어린이 15파운드(2만 7천 원) 수준이다. 인터넷으로 예매를 할 경우 약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시티투어버스에 비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러나 런던 지하철 요금이 거리 등에 따라 8천~1만 2천 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높은 금액은 아니다.
 
■ 다양한 노선과 버스 이용 방법
오리지널 버스는 노랑, 빨강, 초록, 파랑, 검정, 연보라의 6개 노선을 운행해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표 한 장으로 모든 노선을 탈 수 있으며, 총 80개 이상의 정류장이 있다.
 
가장 먼저 생긴 노랑·빨강 노선은 버킹엄궁전, 빅벤, 런던브리지, 세인트폴성당, 타워브리지, 웨스트민스터사원 등 런던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들을 지나간다. 두 노선이 순환하는 정류장은 거의 똑같다. 노선을 다 도는 데 2시간 정도가 걸린다. 똑같아 보이는 두 노선의 차이는 가이드 시스템이다. 노랑 노선은 라이브 투어다. 버스에 해설사(가이드)가 탑승해 직접 명소를 설명해 준다. 빨강 노선은 자리에 설치된 오디오 가이드에 이어폰을 연결해 자신이 원하는 언어를 선택한 뒤 녹음된 음성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저기 있는 리츠 호텔 보이시죠? 저 호텔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영화 '모던 타임즈'로 유명한 배우 찰리 채플린이 가난했던 시절 저 호텔 주방에서 잔심부름을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나중에 성공한 뒤에는 손님으로 저 호텔을 일부러 찾아갔다고 하죠."
 
해설사들은 정해진 설명 대신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늘어놓는다. 승객들의 반응에 따라 농담을 더 섞기도 하고,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승객들에게 웃음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승객들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바로 물어보고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만약 해설사의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오디오 가이드에 비해 속도가 빨라 이해하기 어렵다면 버스에서 내려 다음에 오는 노랑 노선이나 빨강 노선으로 갈아타면 된다.
 
미국 뉴욕에서 여행을 왔다는 다니엘 도비(67) 씨는 "해설사는 오디오 가이드 설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준다. 다른 버스보다 해설사가 있는 버스가 훨씬 재미있다. 설명하는 내용을 다 외웠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파랑 노선은 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대영박물관, 다이애나기념분수 등 박물관 투어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도는 데 1시간 30분이 걸린다. 초록 노선은 버스방문자센터 인근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 트라팔가 광장, 빅벤 등 가까운 정류장만을 지난다. 검정 노선은 유로스타 열차역인 세인트 판크라스 역, 소설 <해리 포터>로 유명한 킹스 크로스 역, 어린이소설 '패팅턴 베어'의 무대인 패딩턴 역 등 주요 역사를 연결한다. 연보라 노선은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주연한 영화 '노팅힐'의 주무대인 노팅힐과 다이애나 비가 살았던 켄싱턴궁전이 있는 켄싱턴가든, 마블아치 등 북서쪽의 주요 관광지를 순환한다.
 
■ 다양한 서비스
런던의 시티투어버스는 '도시의 젖줄'인 템스강을 끼고 돈다.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극찬을 받는 런던의 상징물인 타워브리지, 런던브리지, 워털루브리지, 웨스트민스터브리지를 오가는 버스의 2층에 앉으면 런던의 과거와 현재가 한 눈에 보인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위엄마저 느껴지는 전통 건축물과 하늘 높이 솟아오르거나 이색적인 디자인을 한 현대적 건축물들이 묘하게 어울린다.
 
영국에 처음 여행을 왔다는 박찬영(25·울산) 씨는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관광지에 쉽게 접근하는 교통수단으로서 편리할 뿐만 아니라 2층 버스에서 즐기는 런던의 건축물 등 분위기 자체가 관광이다. 거기에 해설사가 역사적 사실까지 설명해 주니 정말 런던을 즐기기에 좋다"고 말했다.
 
다양한 노선과 멋진 풍경 이외에 런던 시티투어버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서비스 개발 덕분이었다. 런던 시티투어버스 회사들은 다른 도시와 달리 주요 정류장에 회사 직원들을 배치했다. 이들은 승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 먼저 다가가 정보를 제공한다. 버스의 첫 출발지인 버스방문자센터 앞은 물론 직원들이 있는 버스정류장에서도 바로 표를 살 수 있다.
 
3개 버스회사가 경쟁을 하는 덕분에 새롭게 개발한 상품도 쏟아진다. 오리지널 버스와 빅버스의 경우 시티투어버스 표를 사면 템스강 위를 지나는 유람선을 공짜로 탈 수 있다. 또 시티투어버스 출발점인 트라팔가 광장에서 무료 워킹투어를 즐길 수 있다.
 

▲ 타워 브리지 아래를 지나가는 템스강 유람선.


워킹투어는 2008년부터 시작됐다. 시티투어버스 서비스와 별개로 하루 3차례 정해진 시간에 버스방문자센터를 찾으면 안내인과 함께 걸으며 런던의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볼 수 있다. 버킹엄 궁전을 비롯한 역사적, 문화적 장소 등을 조금 더 자세히 체험할 수 있다.
 
오리지널 버스의 마케팅 담당자 사만다 훌러 씨는 "무료 워킹투어를 실시한 뒤 반응이 매우 좋아 18파운드(3만 4천 원)짜리 워킹 전문 투어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시티투어버스는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앞으로 이용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더 다양하고 이색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런던(영국)=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