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배철과자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물씬 느껴졌다. 케이크, 빵, 초콜릿, 과자에서 나오는 향은, 맡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행복' '사랑' '기쁨'이라는 단어들이 과자점 안에 퐁퐁 떠다니는 것 같았다.

지역명물 장군차·산딸기빵 개발
관광기념품 공모전서 '명품빵' 입선

독특한 '생크림단팥빵' 인기 만점
오븐에서 구워낸 카레고로케 담백
천연생크림 명품 케이크도 눈길

천연무염버터·천연 효모만 사용
'건강한 빵' 깊은 맛에 자부심 가득

분청의 고장 김해에는 도예가들이 많다. 김해분청도자관은 그들의 중심이다. 장은애 김해분청도자관 실장은 도자관 건립 준비팀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아직도 중심을 지키고 있다. 장 실장에게 맛집 소개를 부탁했더니, "빵집은 안 되느냐"고 되물어왔다. 이틀이 멀다 하고 들르는 빵집이 있다고 했다. 소개를 받고 보니 내동의 '박배철과자점'이었다. 대한민국제과기능장인 박배철 대표는 올해 열린 '제9회 김해시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김해명품빵'으로 입선한 바 있다.(<김해뉴스>6월 17일자 17면 보도) 그는 김해의 특산물인 장군차와 산딸기를 넣은 장군차빵과 산딸기빵을 개발해 공모전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장 실장은 '박배철과자점'이 내동에서 개업했을때부터 단골이 됐다. 단골이 된 까닭을 물어보자 "가게 안주인이 김해 토박이로 오래된 친구"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 대표의 부인 남순정 씨는 장 실장과 동광초등학교, 김해여자고등학교 동창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부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박 대표가 김해에서 개업한 이유도 금방 이해됐다.
 

▲ 장은애(오른쪽) 김해분청도자관 실장이 박배철 대표, 부인 남순정 씨와 함께 빵 등을 즐기고 있다.

장 실장은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들러서 빵을 사거나 커피를 마신다.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동창회도 이곳에서 한다. 모임장소를 정할 때 누군가가 '순정이 가게에서 보자'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약속장소로 정해진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생크림단팥빵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몇 달 전 김해여고 동기회에서 명랑운동회를 했을 때 생크림단팥빵을 지원받았다. 동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어떻게 팥과 생크림을 같이 넣었을까 궁금했다. 물어보니 빵을 만들고 난 뒤에 생크림을 넣는다고 하더라"며 빵을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는 "팥이 너무 달면 금방 질린다. 그런데 이 가게의 생크림단팥빵은 지금까지 먹어본 단팥빵과는 다르다. 도자관 직원들과 가족에게 주려고 자주 사 간다. 주변에도 먹어보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이 좋아하는 다른 빵은 카레고로케다. 고로케라면 기름에 튀긴 것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박배철과자점의 카레고로케는 오븐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담백하다.
 
장 실장은 "박배철제과점의 빵은 빵에 대한 편견을 바꿔놓았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빵과는 달랐다"면서 "빵을 먹을 때 목이 메일 때도 있고, 몇 입 먹지 않아 질릴 때도 있다. 그런데 이 집 빵을 먹으면 느끼하거나 달지 않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잘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박배철과자점에서 다양한 재료로 만든 케이크와 빵.

박배철과자점 박 대표는 마가린을 사용하지 않고 1등급 원유로 만든 천연무염버터를 사용하고, 모든 빵에 96시간 이상 숙성시킨 천연 효모를 사용해 '건강한 빵'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96시간 이상 숙성한 천연 효모를 발효시켜 만든 빵은 숨을 쉬는 건강한 빵이다. 씹을 수록 빵의 감칠 맛이 느껴진다. 맛은 깊고 향은 풍부하다.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움이 오래 간다. 당일 생산한 제품은 당일 판매하고, 방부제나 식품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기에 믿고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100% 천연생크림으로 명품 케이크를 만든다. 100% 천연생크림은 생산은 물론 보관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최고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케이크 한 조각을 베어 물자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부드럽고 고소한 천연생크림의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가 사라졌다.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 또 한 조각 베어 물었다. 케이크는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박 대표는 고객들이 주문하는 형태의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 캐릭터로 장식한 케이크는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약혼, 결혼, 돌잔치, 생일파티, 칠순잔치와 각종 행사에 필요한 대형케이크 만들기는 그의 특기다. 부산 롯데에 근무할 때 대형케이크를 전문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박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과자점 내부를 둘러보았다. 직접 삶은 고구마와 자연 치즈로 만든 고구마핫피자, 보스턴소제지빵, 크로스무슈, 감자피자. 피자페스츄리 등 담백한 야채빵에 블루베리빵, 모카번, 크림치즈빵, 마늘빵, 구운 츄러스, 햄치즈꽃빵, 파이만주, 허이노아, 초코파이, 초코빵…. 이름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였다.
 
▲ 내동 스카이빌딩에 있는 박배철과자점 전경.
빵들 사이에 마카롱이 얌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바닐라, 망고, 녹차, 딸기, 초코 등 5가지 맛. 색이 곱고 예뻐서 저걸 어떻게 먹나 싶었다. 100% 천연무염버터로 만든 쿠키는 8종류다. 판치노이, 초코, 옥수수, 컨츄리, 미도리, 아몬드전병, 참깨전병, 코코넛전병. 두어 상자 사다놓고 차나 커피를 마실 때 하나씩 야금야금 꺼내 먹고 싶은 쿠키들이었다.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혹시 녹아 내릴까, 어떻게 집을까 아까워 보이는 초콜릿도 있었다. 화이트쉘, 밀크쉘, 마크쉘, 몽블랑, 녹차, 파베, 꼬냑카페, 로쉐코고, 그랑마니아, 부세트 등 10종이다. 박 대표가 파베 초콜릿 하나를 건네주었다. 입안에 쏘옥 들어간 초콜릿은 아주 천천히 녹았다. 달거나 진득하지 않았다. 부드럽고 은은한 향과 달콤함이 느껴졌다.
 
박 대표는 시몬 카스테라, 치즈 쉬폰, 호두 바스크도 맛보라고 권했다. 그는 "며칠 전에는 의사가 들러 '진짜 천연생크림인지 실험을 해봤다'며 좋은 빵과 케이크를 만들어 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하는 것을 고객들이 알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배철과자점을 나서는 장 실장의 손에는 어느새 빵봉투가 들려 있었다. 


▶박배철과자점/내동 내외중앙로 72 스카이빌딩 102호. 055-335-8565. 케이크 2만 2천~4만 원, 조각 케이크 6천~7천500원, 장군차빵 2만~3만 원, 쿠키 1천~5천 원, 초콜릿 개당 1천500원.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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