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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 밝은 빛으로 환하게 '작은 공간'을 보듬었다(38) 장유 관동동 팔판빛오름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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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5.10.28 09:38
  • 호수 245
  • 15면
  • 박현주 기자(phj@gimhaenews.co.kr)

시 작은도서관 사업 아쉽게 탈락
주민들 "그래도 해보자" 뜻 모아

장서 대부분 기증도서로 채우고
서가·유아·어린이 공간 등 꾸며
예산 책정 신간도 조금씩 구입

인터넷에서 팔판빛오름작은도서관을 검색하다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지난해 부동산114(www.r114.com)가 전국 1만 6천342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이름을 분석한 결과, 경남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아파트는 장유 관동동에 있는 '팔판마을1단지 부영e-그린타운 9차'라는 것이다. 팔판빛오름작은도서관은 이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지하에 있다. 면적 50여 평에 어린이공간, 서가, 독서공간, 소모임방으로 이뤄진 도서관이다.
 
사서 겸 관장을 맡고 있는 조은영 관장은 소모임방에서 열린 모임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곳은 바자회 행사를 준비하는 부녀회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팔판빛오름작은도서관은 김해시 작은도서관 사업에 신청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고 한다. 다른 조건은 모두 갖추었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때문에 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웠던 게 원인이었다.
 

   
▲ 팔판빛오름작은도서관 운영위원들 (오른쪽부터 윤희정 씨, 조은영 관장, 최성희 씨).

지난해 김영환 입주자대표회 위원장이 새로 선출되면서 작은도서관은 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첫 사업으로 도서관 활성화에 힘썼다. 시의 도서관 지원사업 대상이 아니라서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며 뜻을 모았다. 도서관 개관을 준비한 끝에 지난 3월 10일 시로부터 도서관 등록증을 받았다. 
 
부녀회에서 일했던 조 관장은 김 위원장의 부탁을 받고 도서관 개관 준비에 매달렸다. "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데다 학교 도서관에서 도우미로 일할 때 김해도서관에서 사서 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어 도서관 운영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 일을 맡게 됐지요."
 
조 관장 등은 도서관 실내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부터 시작했다. 가구와 서가를 배치하고 소모임방도 만들었다. 도서관 구석구석까지 손때를 묻혔다. 벽면 서가와 낮은 서가, 유아들과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간, 좀 더 큰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읽는 공간 등을 생각해 가며 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의 장서는 모두 아파트 입주민들의 기증도서로 채웠다. 도서관에 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입주민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였다. 조 관장이 책을 분류하고 서가 위치를 알려 주면 부녀회원들이 책을 날라 정리했다.
 
도서관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기증도서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전화만 하면 언제든 달려간다. 조 관장은 "지난 9월부터 입주자대표회에서 신간구입비 예산을 책정해 신간도서도 조금씩 구입할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도서관 이름은 입주민 대상 공모를 통해 지었다. 50여 개의 이름이 접수돼 심사를 한 끝에 '팔판 빛오름'으로 결정했다. "빛오름은 일출의 순 우리말입니다. 도서관이 밝은 빛으로 빛나라는 의미이죠. 지하공간이라 더 밝은 빛을 강조하는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조 관장의 설명이다.
 
도서관은 오후 1~6시에 문을 연다. 조 관장과 최성희, 강은미, 윤희정 운영위원이 요일별로 도서관을 관리한다. 운영위원들은 모두 부녀회에서 활동 중인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도서관은 사실 입주자대표회와 부녀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도서관인 셈이다. 김해의 작은도서관들 중에서 이런 경우는 드물다. 사실상 입주민들이 모두 도서관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입주민들의 마음이 어떻게 하나로 잘 모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조 관장은 "아파트 모든 가구는 모두 31평형이다. 그런 외적 조건이 입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고 단합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들도 마찬가지다. 작은도서관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그 마음을 구체화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관장을 비롯해 운영위원들은 도서관에 필요한 소모품을 집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조 관장은 도서관에서 사용할 청소기를 집에서 몰래(?) 가지고 왔다. 고장이 나서 새로 사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고 한다.
 
조 관장은 "도서관은 사람을 보듬어 안는 공간이다. 도서관을 쉽게 접하면 책을 읽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안에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재가 끝날 즈음 초등학생 두 명이 도서관에 왔다. 덕정초등학교 4학년 급우인 장혜진, 송지영 양이었다. 장 양은 도서관에서 개설한 캘리그라피를 배운 적이 있고, 송 양은 어머니가 부녀회원이어서 도서관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어린이는 입을 모아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서 너무 좋다. 그런데 우리 도서관은 왜 대출이 안 될까"라고 말했다. 책두레 타관시스템이 안 되는 답답함을 누구보다 어린이들이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 입주민들이 사랑하며 스스로 운영하는 도서관이 더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시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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