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훈 독자·부산 사직동
요즘 역사 국정 교과서가 '뜨거운 감자'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고, 연일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통일된 역사를 배우자는 입장과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자는 입장이 부딪힌다. 그런데 이미 답은 나왔음을 깨닫게 된다. 어린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간다. 각 대학에서는 정부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한쪽 벽면을 채운다. 사학과 교수들은 국정 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정부가 얼마나 독단적이고 수직적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하는 이분법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획일화된 사상을 주입하며 생각의 다양성을 짓밟고 있음을 시사한다.
 
길을 가다가 시비가 붙었다고 하자. 누구의 말이 맞는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두 사람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명백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사람의 기억에는 오류가 있고, 보는 관점에 따라 사건의 경중도 달라진다. 때문에 한 사람의 말만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하물며 역사는 어떠한가. 더욱 방대하고 복잡하다. 절대 권력의 말에 의존해 써 내려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힘을 통해 과거를 바꾸려 하지 말고 미래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소리를 내기보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꿀 것이 있다면 독단이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권력가는 사회의 독이 될 뿐이다. 이것은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좁게는 한 가정의 가장에게, 학생을 통솔하는 교사에게, 기업의 오너에게 모두 해당한다. 아집을 버리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해독하는 좋은 치료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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