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지금은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학 시절 '가난'이란 제목에 이끌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가난한 사람들>을 읽었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처했던 열악한 환경과 비슷한 주거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책을 읽어 보면서 그들의 순수한 인간애를 통해 삶에 대한 용기를 얻곤 했다.
 
이 책은 단순히 가난한 연인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작품이 아니다. 궁핍하지만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엮어가는 치열한 삶이다. '인간애의 숭고함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깨닫게 해 주는 사랑의 바이블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두 주인공 마카르와 바르바라가 겪는 가난을 낭만적으로 미화시키지 않고, 그들의 섬세한 심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세밀한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마카르를 통해 풍부한 인간미, 진실한 사랑, 관대한 자기희생의 정신을 표현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는 하급관리 마카르는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수치를 알고 체면과 양심을 잃지 않는 인간이다. 가난하지만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도와주려는 인물이다. 약간 바보스럽지만 너무나 인간적어서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성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안겨 준다.
 
고도 산업사회일수록 소외받고 힘없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착한 심성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진정한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선한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선한 마음을 기르도록 좋은 환경과 활동계획을 마련하여 실천해야 한다.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어 가지만 교육제도를 통해서 개천에서 용 나는 경사가 많이 생겨야 한다. 참된 인성교육을 통해서 고단한 삶 속에서도 착한 심성을 잃지 않고 남을 배려하며 희생과 봉사를 하는 사람이 많이 배출된다면, 이 세상은 인간애 넘치는 맑고 향기로운 곳이 되지 않겠는가. 김해뉴스



>>백종철/경상남도합천교육청 장학사, 경상남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광려중학교 교장, 김해제일고등학교 교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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