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탑승을 위해 부산역 정류장에서 줄을 선 사람들.

최초 운영 민간회사 활로 못 찾고 고전
‘부산관광’ 인수 이후 2층버스 도입 활기
바다배경 이색투어 언론 타며 광고 효과

두 종류 버스 4개 노선에 테마코스도
전체 이용객 중 80%는 타지 여행객



부산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 광안리, 해운대, 송도, 송정 해수욕장 등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마주하는 곳이다. 곳곳에 높고 낮은 산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산에 올라 시 전경을 즐길 수도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바다에 비친 세련되고 화려한 불빛이 외국의 해변도시에 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영도대교, 보수동 책방골목, 자갈치시장을 걷노라면 피란민으로 넘쳐나던 부산의 옛모습이 떠오른다.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부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법은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국내 최초로 2층 오픈버스를 운행하면서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야가 탁 트인 2층버스에서 내려다 보는 부산의 바다와 360도 회전 도로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부산항대교,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태종대·오륙도 등은 관광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인기 폭발 2층 오픈버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관광객들이 부산에 첫 발을 내딛는 관문인 부산역 바로 앞에 있다. 기차에서 내려 처음 부산 땅을 밟는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부산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류장에서는 30분마다 한 대씩 운행되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행렬을 볼 수 있다. 평일에도 이용객이 많지만, 주말에는 버스를 타기 위해 1시간 30분~2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지지부진한 시티투어버스가 부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부산시티투어버스가 처음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2002년 민간 버스회사가 운영을 시작했다. 일반 관광버스로 운행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다 2006년 부산관광개발㈜이 운영을 맡으면서 이용객이 늘어났다. 인기의 비결은 국내 최초로 도입한 2층 오픈버스였다. 오픈버스의 특별한 매력을 느끼려는 관광객들은 물론 부산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 부산시티투어 2층버스가 시원한 풍광이 멋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가고 있다.


부산시티투어버스 이용객은 2층버스 도입 이듬해인 2007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2007년 한 해 동안 5만 9천여 명이었던 이용객은 2010년 1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24만 3천 명을 기록했다. 부산관광공사는 올해의 경우 이용객이 29만 명을 넘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부산관광공사가 시티투어버스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7월부터는 서부산 운행 노선을 민간사업자인 ㈜태영버스에 이양했다. 이에 따라 동부산 지역은 부산관광공사가, 서부산 지역은 태영버스가 운영하고 있다.
 
■ 시티투어 노선과 이용 방법
부산시티투어버스는 크게 '부산시티투어버스(부티)'와 '점보버스'로 나뉜다. 두 버스 모두 유럽처럼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는 '홉-온 홉-오프(hop-on hop-off)' 방식이다. 배차 간격은 30분이다. 버스를 타면 정류장마다 관광지를 설명하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휴대폰 앱을 내려받아 개인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다. 오디오 안내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로 지원된다.

1일 이용권을 사면 하루 종일 버스를 탈 수 있다. 가격은 성인 1만 5천 원, 5~19세 소인은 9천 원이다. 버스 출발지인 부산역 정류장에서 성인 5천 원, 소인 3천 원을 추가로 내면 부티와 점보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1일 이용권은 시티투어버스 출발점인 부산역 정류장에서 살 수 있다. 버스표는 타고 내릴 때마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손목 팔찌 형태로 돼 있다.

당일 KTX 열차를 탄 영수증을 제시할 경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10인 이상 단체 이용객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유람선 할인도 있다. 두 버스의 할인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잘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부티는 해운대를 중심으로 부산항대교, UN기념공원, 광안리해수욕장, 센텀시티, 송정해수욕장 등 동부산지역 관광지를 순환한다. 부티는 다시 레드라인, 블루라인, 그린라인으로 나뉜다. 레드라인은 부산역에서 부산항대교~광안대교~벡스코~센텀시티~해운대해수욕장~마린시티 등을 지나간다. 블루라인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동부산관광단지~해동용궁사~송정해수욕장~달맞이길을, 그린라인은 오륙도~황령산을 순환한다. 3개 노선은 지정된 정류장에서만 무료로 환승할 수 있다. 노선을 다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10분이다.

점보버스는 부산역에서 영도대교~75광장~태종대~오륙도~송도해수욕장~남포동 BIFF광장~자갈치시장 등을 지나가며, 전체 노선 운행시간은 약 2시간 10분이다.

일반 시티투어버스 노선 외에 주제별로 즐길 수 있는 테마예약코스도 마련돼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범어사~복천박물관~부산시민공원 등을 도는 역사·문화 탐방, 암남공원~아미산 전망대~을숙도 에코센터를 방문하는 자연생태 체험, 광안리·해운대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야경 투어가 있다. 테마예약코스는 운행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테마코스를 이용하려면 예약이 필수적이다.

대구에서 자녀들과 함께 부산을 방문한 김미진(35) 씨는 "대구에도 시티투어버스가 있지만 시내만 돌아다닌다. 부산의 경우 도시와 자연을 고루 즐길 수 있어 좋다. 2층버스를 타니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등산 여행을 하려다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게 됐다는 정희경(52·거제) 씨는 "2층버스는 외국에나 있는 줄 알았다. 부산에서 타게 되니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버스를 타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버스 위에서 광안리, 해운대해수욕장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2층버스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 시티투어버스 홍보와 발전 방향
부산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시티투어버스 이용객 중 약 80%는 다른 도시 주민이다. 10%는 외국인, 나머지는 부산시민이다. 부산관광공사는 이용객들의 특성을 파악해 이들이 원하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시티투어버스 노선을 구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티투어버스가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과 광복동을 지나갔지만 부산 시내보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외곽지역, 역사적인 장소를 선호하는 이용객들의 반응에 따라 노선을 변경했다.

부산시티투어 송순옥 팀장은 "사람들이 원하는 관광지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노선을 짜는 게 중요하다. 이용객들의 요구에 앞서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찾고 개발해야 한다. 360도 회전도로가 있는 부산항대교의 경우 개통 즉시 노선에 포함시켰다. 이용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해가 갈수록 많은 이용객들이 찾는 명물이 되고 있지만 부산관광공사는 별도로 예산을 들여 광고를 하지는 않는다. 2층버스를 운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광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다를 배경으로 운행되는 이색적인 2층버스가 여러 차례 방송 매체를 통해 알려지며 광고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부산관광공사는 시티투어버스 앱을 개발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버스를 타면 위치정보시스템에 따라 앱에서 자동으로 버스 안내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앱은 시티투어버스 노선뿐만 아니라 맛집 정보를 확인하고 예약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송 팀장은 "앞으로 동부산관광 노선을 더욱 개발해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용객들이 늘면서 배차 간격이 1시간에서 40분으로, 또 40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평일에 이용객이 없거나 적으면 운행을 줄이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용객이 한 명이라 하더라도 항상 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이용객이 줄어 힘들었지만 할인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약속된 시간에 버스를 운행했다. 수요가 늘어나면 배차간격이 더 좁혀질 것이다. '더 친절하게,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라는 신념에 따라 발전하는 부산시티투어버스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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