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석굴암·첨성대·안압지 등
일반 관광버스로 지역 ‘맞춤형’ 투어
주간 4개·야간 1개 코스 운행

‘문화관광해설사 안내’ 옛 방식 고수
유적지 역사 이면 더 깊게 접할 수 있어


 

'절들은 하늘의 별처럼 늘어서 있고 탑들은 기러기처럼 줄지어 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 글은 신라시대의 경주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라 문화가 얼마나 화려하고 찬란했는지를 그려 볼 수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며 옛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지금도 경주 곳곳에는 천년고도 신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경주시티투어버스는 유적지를 돌며 관광객들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 주는 게 특징이다. 사진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첨성대.


가을을 맞아 울긋불긋 물든 불국사, 동양 최초의 별 관측소인 첨성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석굴암,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동궁과 월지(안압지), 화려한 장신구들이 발견된 천마총 등 많은 유적들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고 있다. 경주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주를 찾은 관광객은 2010년 910만여 명에서 지난해 1천382만여 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 지역에 맞는 맞춤형 시티투어버스
런던, 파리 등 해외 유명 관광도시의 시티투어버스는 대부분 2층 오픈버스다. 이용방식 역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내렸다가 타는 '홉-온 홉-오프(hop-on hop-off)'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2007년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대구, 울산 등 대도시에 2층 오픈버스가 도입됐다.
 
그러나 경주는 일반 관광버스를 시티투어버스로 이용하고 있다. 2층 오픈버스가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주에 가장 잘 맞는 '맞춤형' 관광을 위해서라는 게 경주시 측의 설명이다.

▲ 관광객을 내려 주는 경주시티투어버스.

경주는 대부분의 관광지가 모두 역사 유적지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대릉원 안압지 등의 유적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장소들이다. 순환형 버스가 아니라 여행 상품처럼 세트로 묶여 있는 시티투어 상품은 경주를 다시 찾는 관광객들에게 유적지들이 품고 있는 오랜 역사의 이면을 조금 더 깊게, 더 많이 알려 준다는 장점이 있다.
 
경주시티투어버스는 시작부터 다른 지자체와 달랐다. 국내의 시티투어버스는 2000년 서울시가 먼저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경주의 경우 지역 여행사인 천마관광이 시티투어버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적순회관광'을 1976년부터 운영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편리하게 경주의 주요 관광지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고적을 소개하는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하는 여행상품이었다.
 
전국에 시티투어버스 바람이 불면서 경주의 고적순회관광도 변화했다. 2006년부터는 예약제뿐 아니라 하루 종일 운행하는 2개 코스와 반일짜리 2개 코스가 도입됐다. 2010년에는 양동마을코스, 2011년 야간시티투어가 새로 생겨 지금은 주간 4개 코스와 야간 1개 코스로 늘어났다. 천마관광은 40여 년 간 경주 유일의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면서 자체적으로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고 있다. 예약제로 운행되던 버스가 고정적으로 다니고 종류도 많아졌지만, 문화관광해설사가 관광지에서 직접 안내를 해 주는 방식은 옛날 그대로다.
 
"대릉원에서 가장 유명한 무덤은 천마총이지만 사실 가장 큰 무덤은 황남총입니다. 그 높이가 아파트 7~8층에 이릅니다. 그래서 황남동에는 법적으로 7층 이상의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돼 있어요. 왕의 무덤보다 더 높아지면 안 된다는 뜻인 거죠."
 
문화관광해설사가 설명을 시작하면 승객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하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에 이용객들이 느끼는 재미는 커진다.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편하게 경주 여행을 하려고 버스를 끊었는데 문화관광해설사 덕분에 그동안 몰랐던 경주에 대해 알게 됐다"며 좋은 반응을 보낸다.
 
■ 시티투어버스 코스·이용방법
경주시티투어버스는 총 5개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1코스는 신라 역사권 코스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불국사~신라역사박물관~분황사~첨성대~대릉원~국립경주박물관 등을 지나가는 코스다. 학부모, 초등학생 들이 역사 체험을 위해 많이 이용하는 코스로 인기가 많아 매일 1회 운행한다. 시티투어버스 서비스는 오전 8시 50분에 시작해 오후 5시 40분에 끝난다.
 
2코스는 동해안권 코스다. 석굴암~경주 전통명주전시관~감은사지~양남 주상절리~문무대왕릉 등 역사유적지와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코스다. 화·목·토·일요일에 각 1회 운행하며, 오전 10시 출발해 오후 6시 도착하는 일정이다.

▲ 인기코스 중 하나인 안압지.

3코스는 세계문화유산권 코스다. 경주의 3대 유적지인 석굴암, 불국사, 동궁과 월지(안압지)를 동시에 방문하는 코스여서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3코스도 매일 운행한다. 오전 10시 15분 출발해 오후 6시 30분 도착한다.
 
4코스는 양동마을 남산권 코스다. 경주의 노천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남산권과 양동마을·교촌마을을 포함해 대표적인 한옥마을을 체험하는 코스로 토·일요일에만 운행한다. 4개 코스 모두 한나절이 걸리는 경로지만, 짧은 여행을 원하는 이용객들을 위해 3, 4코스는 반나절 운행도 하고 있다.
 
야간시티투어는 야경이 아름다운 동궁과 월지(안압지)~첨성대~계림~내물왕릉~교촌마을~월정교 등을 지나간다. 오후 6시 30분 승차해 오후 10시 하차하는 코스다.
 
요금은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 8천 원, 어린이 1만5천 원이다. 야간시티투어, 반나절 코스의 요금은 성인 1만 5천 원, 청소년 1만 3천 원, 어린이 1만 2천 원이다. 점심은 개별부담이다.
 
참가자가 5명 이하일 경우에는 1개 코스로 통합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시티투어버스 이용을 원하는 관광객들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시티투어버스 회사가 있는 버스터미널에서는 빈 좌석이 있으면 현장 예매도 할 수 있다.
 
■ 이용객 증대 위한 노력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경주시티투어버스 이용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1년 2만 7천여 명이었던 게 지난해에는 5만 6천여 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10월까지 5만 6천여 명을 기록해 역대 최고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 토, 일요일의 경우 버스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시티투어버스는 경주시의 지원을 받지 않지만 흑자 운영을 하고 있다.
 
흑자 운영을 가능하게 만든 경주시티투어버스만의 특징은 픽업 서비스다. 다른 시티투어버스의 경우 이용객들이 기차역이나 숙소에서 별도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지정된 정류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경주 시티투어버스는 숙소 입구까지 이용객들을 '모시러' 간다.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문단지, 경주역, 신경주역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을 한 바퀴 순회한 뒤 시티투어를 시작한다. 투어가 끝날 때에도 이용객이 원하는 곳에 내려 준다.
 
경주시티투어버스 이원우 과장은 "승차장이 19개다. 주요 관광지 정류장이 아니라 주요 숙소 승차장이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하루 종일 서비스가 이어진다. 이용객들이 따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 없이 야간 투어까지 즐길 수 있게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시티투어버스는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답게 다양한 할인과 연계 서비스도 잘 진행하고 있다. 먼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차여행 상품인 '내일로' 이용객에게는 요금을 10% 할인해 준다. 또 지역민과 포항·경주 지역 대학생 주중 50% 할인, 게스트하우스·한옥집 연계 숙소 할인 등도 있다.
 
이 과장은 "경주시티투어버스는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지난해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2억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지원금은 전광판·기둥·택시 광고 등 시티투어버스 홍보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회사이지만 경주시 지정 시티투어버스로서 관광객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주만의 맞춤형 시티투어버스로 경주를 더 잘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