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동네 어른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왔지만 헛수고였다. 소년은 두 세번 반복해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은 소리를 질렀지만 어른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마을의 모든 양은 늑대에 물려 죽어 버렸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수 차례 엄포를 놓았지만 정작 금리인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만 확대되었다. 심지어 연방준비제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것인지 아닌지에 내기를 걸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때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달러를 푸는, 이른 바 '양적완화'의 축소 가능성을 단순히 언급했다. 그런데도 일부 신흥국의 달러는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미국으로 대량 유출됐다. 일부 신흥국의 주가와 통화가치는 폭락했다.
 
이처럼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위력은 대단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이 시장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 보니, 12월에 금리가 오를 확률이 92%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정부 소유가 아니고 유태계 중심의 민간 소유다. 미국 정부는 달러 발행권한이 없다.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쓰고 있어 매년 국민이 낸 소득세의 70~80%를 빌린 돈에 대한 이자로 값는 데 사용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달러를 찍어내면서 종이값과 인쇄값만 지불하고 막대한 화폐 발행 차익인 세뇨리지를 얻고 있다.
 
예컨대 100달러 짜리 지폐를 발행하는 데 소요되는 화폐 발행비용이 10달러라고 가정하면, 차액 90달러가 세뇨리지가 된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아무리 찍어 내도 환율 조정의 책임을 상대국에만 지우고 자신에게는 면제하는 소위 '달러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주면 금과 교환해 주던 의무가 1971년 8월 15일 폐지됐다. 그 이후에도 달러는 여전히 통화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세계 각국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만은 않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월스트리트의 부실한 파생상품 판매, 미국 정부의 방만한 감독, 신용평가기관의 무책임한 도덕적 해이의 합작품이었다. 미국은 무제한적으로 달러를 찍어내는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를 통해 위기를 벗어났다. 미국에서 풀린 유동성은 200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4조 5천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 내년 우리나라 예산의 13배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과연 이 많은 돈들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경기 회복에 긍정적 역할을 한 부분도 있지만 각종 자산에 거품으로 끼어 있다. 그래서 거품 붕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미국은 결국 금리인상을 통해 막대한 돈의 회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물가와 실업, 고용지표 등이 호전되는 가운데 전 세계에 풀린 막대한 달러를 거두어 들이기 위해 이자율을 올리려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 경제 호전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선진국의 민간부채가 원인이었고 남유럽 위기는 국가부채가 문제였다. 이번에는 신흥국들의 민간부채가 아닌지 우려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의 금리인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18개 신흥국 중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위, 2천200조 원의 기업부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3천여 개라는 어려운 현실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경제에 줄 충격은 의외로 클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와 미국 경기의 회복은 수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미국의 금리인상 소식은 이달에도 싱거운 거짓말이 될지, 정말 늑대가 나타나 양떼들이 혼비백산할 것인지, 아니면 착한 늑대가 양떼를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만 볼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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