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김맹곤 전 김해시장이 대법원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시장직을 잃었다. 그는 그날 당선무효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기로 해놓고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뒤 시청 대회의실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불명예스럽게 당선무효된 처지에 무슨 퇴임식'이라는 마음이 앞섰지만 공무원들이 전임 시장에게 베푸는 마지막 예의로 생각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퇴임식 내내 김 전 시장에 대한 '칭찬'만 늘어놓는 공무원들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퇴임식 이후 열린 전국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의 기자회견은 황당함의 극치였다. 공무원노조가 발표한 성명서는 이런 내용이었다.

'김 시장이 중도하차하게 돼 시민들 앞에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자치단체와 언론사간에 더 투명하고 건강한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차기 김해시장은 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능력있는 분이 당선되기를 바란다.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공무원노조가 똑똑히 지켜보겠다.

최근 몇 년 동안 김해시청에서는 공무원들과 관련해서 많은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공무원노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전 시장이 막말을 퍼부은 데 대해 항의하는 시민들이 시장 집무실로 몰려갔다. 시청 고위간부들은 여성공무원들을 동원해 '인간벽'을 쳐서 시장실 입구를 막았다. 공무원노조는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해시 공무원들의 청렴도가 지난해 전국 640개 공공기관 중에서 최하위로 평가받고,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와도 공무원노조는 굳게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김해시가 시청에서 근무하는 기간제근로자들을 무더기로 해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노조 위원장은 심지어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기간제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정규직공무원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낸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인사를 둘러싸고 공무원들 사이에서 부당하다는 지적이 난무했고, 한 시의원도 이를 지적했지만 공무원노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부당한 승진인사에 항의해 군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부산 기장군공무원노조와는 대조되는 행동이었다. 일부 공무원들은 "오죽하면 '김해시에 공무원노조가 있기는 하나'라는 말이 나돌겠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번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시장이 불명예스럽게 중도하차했지만 이를 공무원들이 반성하는 계기로 삼자거나 더 이상 공무원노조가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거나, 하는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만 가득했다.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다. 내년에는 새로운 시장도 들어온다. 공무원노조에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지난 일을 반성과 함께 훌훌 털어버릴 때다. 앞으로는 진정 공무원과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참된 '노조'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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