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회 무산 후 느닷없이 공사
300년 은행나무 보호 요청 허사
당산제단 토지·수백 년 된 나무
진입로 위해 무작위로 파헤쳐져

주민들 보초 서며 지키려 했지만
작업 방해 고소·손배소로 족쇄
김해시는 먼 산 구경하듯 팔짱


한림면 신천리 신천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물리적 심적 고통을 받고 있는 망천마을 주민들(김해뉴스 10월 14일자 3면 등 보도)이 <김해뉴스>에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 원문을 그대로 소개한다. 현재 검찰은 신천산단 조성 과정의 비리 의혹과 관련, 전 거창군 의원 2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 신천산업단지 시행사가 수백 년간 제사를 지내온 망천마을 당산제단 나무를 뽑고 있다.

'망천마을은 천연기념물 185호 이팝나무와 경남도문화재자료 226호 망월석탑과 조상 대대로 마을의 안녕, 풍년을 빌어오던 당산제단, 김해시  시목의 모체인 300년 수령의 은행나무 등 많은 유산들이 있습니다. 물 맑고 공기 좋고 살기도 좋은 마을이었습니다.

2013년 10월께 일반산업단지 설명회를 열려고 해 주민들이 반대해 무산됐습니다. 다음에 다시 설명회를 하겠다며 퇴장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어느 날 갑자기 산업단지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인·허가 과정에 의문이 생기지만 주민들의 힘으로는 알 길이 없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단지 측에서 1차, 2차 공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주민들은 신천리 산 117번지 일대가 1차 공사지역이고, 산 109-17번지 허 모 씨 땅이 2차 공사지역인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허 씨 땅도 1차 공사지역이었습니다. 그럼 2차 공사지역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이었습니다.

산업단지 측과 김해시에 몇 차례에 걸쳐 "은행나무에서 동쪽으로는 공사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난 5월 12일 산 109-17번지 1만 평을 계약한다기에 주민들이 현장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마을의 맥과 수맥이 흐르는 곳이니 사업에서 제외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계약을 하더니 바로 벌목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은행나무를 옮겨 심는다고 했지만, 지난 여름에 비가 오면 물이 고여 질식해 죽도록 일부러 은행나무 두 그루 주변에 웅덩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마을 당산제단 주변이 산업단지 진입로 공사에 편입된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7월 25일 당산제단 주변에 테이프와 현수막을 걸어 놓았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800년 이상 해마다 망천마을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해 온 제단이 있는 곳입니다. 당산 주변의 무단 훼손을 금합니다-망천마을 주민 일동.'

산업단지 사업자 측은 8월 7일 한마디 말도 없이 당산제단 일부 토지와 수백 년 된 나무와 잡목들을 무작위로 벌목했습니다. 놀란 주민들이 김해시에 연락했더니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고 했습니다. 도시개발과 김 모 씨가 현장에 달려와 8월 12일 마을과 협상을 하기 전에는 손을 못 대도록 약속을 해 놓고 돌아갔습니다.

산업단지 측은 8월 8일 약속을 어기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은 이에 맞서기 위해 당번을 정해 당산제단 주위와 땅을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섰습니다. 8월 10일 김해시장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시장을 만나지는 못하고 도시개발과 과장, 계장 주무관과 박병영 경남도의원, 경찰관, 산업단지 관게자 등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산업단지 측은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마을과 합의하기 전에는 당산 주위에서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산업단지 측은 8월 12일 마을회관에서도 주민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당산제단 땅에서는 작업을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8월 21일 김해서부경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산제단에서 보초를 선 마을 주민들이 작업 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됐다는 것이었습니다. 9월 14일에는 같은 건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이 주민 8명에게 전달됐습니다.

주민들은 10월 8일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다음날에는 마을 이장이 대표로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11월 20일에는 노 모 씨 등 7명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11월 27일에는 창원지방법원에서 1차 공판을 했습니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을 괴롭히면서 산업단지 측은 2차 공사를 준비 중입니다. 법을 무기로 마을 주민들의 발을 묶어놓은 뒤 2차 공사를 관철시키려는 수작입니다. 이런데도 김해시는 먼 산 구경하듯 방관만 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행정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주민들은 어디에 하소연할까요. 돈과 권력 앞에 힘없는 주민들은 원통하고 억울할 따름입니다. 백 마디 말과 글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마을이 어떠한지 현장에 와 보고 판가름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망천마을 주민 일동.'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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