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작은 새>
마리안느 뒤비크 글·그림
고래북스(아지북스)·72쪽
1만 3천 500원

친구가 된 사자·새의 이별·재회
절제된 시적 언어로 읽는 여유
아름다운 일러스트 정겨운 여운

아홉 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사자와 작은 새>를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하고 싶은 말을 아껴 참으며 끝까지 그림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 듣고 난 아이들은 말했다.
 
"왠지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안 된 것처럼 사자와 작은 새는 헤어져 살다가 조금만 보는 것 같아요. 살긴 살 수 있지만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겨울에 같이 지내다 봄이 되면 떨어지니까 아쉬워요. 마치 떨어져 사는 우리 아빠를 토요일에만 만나는 느낌이에요." "작은 새가 떠나가는 부분에서 울컥했어요. 사자와 작은 새는 서로 만나고 싶어해요.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림책은 0~100세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장르라고 한다. 아홉 살 아이들이 글과 그림을 보며 글의 행간과 그림 저 너머에 있는 것을 읽어낸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다시 만남으로 이어지는 삶의 경험을 떠올리고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홉 살이든 스무 살, 여든 살이든 그 시절에 맞게 보고 감동할 수 있는 게 그림책이다.
 
어느 가을날, 사자가 뜰에서 일을 하는데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렸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다쳐서 쓰러져 있었다. 사자는 새를 정성껏 치료하고 집으로 데려가 돌보아 준다.
 
"여기에 있으면 춥지 않을 거야. 편하게 지내렴."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짓는 사자. 그리고 새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사자는 어쩐지 더 이상 동물의 왕이자 약육강식의 육식동물로 보이지 않는다. 작은 새와 동등한 존재로 보인다.
 

새와 함께하던 동무들은 따뜻한 나라로 떠나 버렸다. 동무가 된 사자와 작은 새는 함께 먹고 포근한 잠을 잔다. 일상을 함께하며 겨울을 함께 지낸다.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겨울이 더욱 깊어지는 만큼 둘이 함께 그리는 평화는 깊어 보인다. 어느덧 겨울은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온다. 작은 새의 동무 새들도 돌아왔다.
 
"응, 나도 알아."
 
사자는 이 한 마디로 작은 새가 동무들에게로 날아가도록 한다. 작은 새가 떠난 뒤 사자의 일상은 생기를 잃었다. 작은 새의 빈 자리는 무척 크게 느껴졌다. 사자는 마냥 아파하는 대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식물들을 가꾼다. 어느덧 봄,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왔다. 새들은 또다시 따뜻한 곳으로 갈 채비를 한다. 사자는 먼 하늘을 보며 혼잣말로 읊조린다.
 
"넌 안 오니?"
 
그때 작은 새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작은 새가 돌아왔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이 말처럼 생명이 있는 존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대상을 만나고 소중한 기억을 만들고 헤어지며 다시 만난다. 마리안느 뒤비크는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사자와 작은 새의 우연한 만남과 예정된 헤어짐을 그렸다고 한다.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만남과 헤어짐의 설렘, 기쁨, 외로움, 행복을 전해 준다.
 
<사자와 작은 새>는 고래뱃속(아지북스)출판의 '세계그림책시리즈' 9권이다. 72쪽 분량이어서 그림책이라 하기엔 좀 많다. 그래도 절제된 시적 언어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여유를 준다. 여기에 수채 물감과 2B연필로 그린 따뜻하고 정겨운 그림으로 사자와 새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큰 여운을 준다. 이 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는 평을 받으며 2014년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인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일러스트 부문에서 수상했다. 다가오는 겨울, 가족과 동무들에게 읽어주기 참 좋은 책이다.



조은영 구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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