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을 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은 1979년 덩샤오핑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중국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상관없다는 실용주의적 경제정책을 뜻한다.  

최근 정부가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대신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를 들고 나왔다. 국내 제조기업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대신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나선 것은 기업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바짝 따라왔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고 중국은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의 분업구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2005년에 100원어치를 수출해 67원의 이익을 남겼다. 2011년에는 59원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엔지니어링, 설계, 연구개발 등 기업의 핵심 역량 분야는 국내에 두고 나머지는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 국내든 국외든 한국인의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구조가 되리라 판단한 것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예컨대 어떤 제조기업이 중국으로 생산 공장을 옮긴다고 가정해 보자. 국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생산이 중국에서 이루어짐으로써 한국 내 총생산(GDP)은 감소한다. 하지만 중국 공장에서 벌어들인 기업의 소득이 한국으로 송금돼 한국의 국민소득(GNI)은 증가한다. 업종에 따라 중국 자회사에 납품할 핵심 부품의 생산이 국내에서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GDP가 증가할 수도 있다.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1차적으로는 중국으로 공장이 이동하면 국내의 생산직과 사무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신 중국의 일자리는 늘게 된다. 하지만 중국 현지 공장의 한국인 파견 직 관리직이 일부 만들어진다. 한국에서 핵심 부품을 생산하여 조달하는 경우라면 국내 부품 공장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만약 기업이 국내에 머물러 있는 경우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지 않을 수 없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해외로 나가는 것이 백 번 유리하다.

하지만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안 나가고 하는 것은 오로지 이윤 논리로 움직이는 기업의 몫이다. 고임금, 각종 행정규제, 노사문제 등 열악한 국내 투자환경을 감안하면 정부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들을 해외로 나가도록 장려하는 게 바람직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10년간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17% 증가한 반면 국내 투자는 4% 증가에 불과했다.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제조업과 서비스업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 간에도 다소의 의견 차이는 있다.

하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상호 보완적이고 동시 육성의 필요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미국의 금융서비스업을 통한 금융패권주의가 실패하였고, 제조업을 홀대한 영국과 달리 제조업을 중시한 독일, 스웨덴, 핀란드, 스위스 등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건재했다. 

미국은 2010년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리메이킹 아메리카'를 외치면서 해외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100여 개 기업들에게 세금과 공장 이전 비용을 지원했다. 제조업을 중시한 결과로 나타난 경제 회복이 최근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또한 북미에서 생산하던 캠리 자동차 10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변경했다. 또 5대 자동차회사의 일본 내 생산이 전년도보다 크게 증가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제조업 없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인도에서 만들라'는 '메이크 인 인디아'를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메이드 바이 코리아'를 외치기 전에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국내 투자환경의 개선이다. 정부가 경제개혁 3개년 계획의 단기적 경제성과에 급급해 '메이드 인 코리아'를 포기함으로써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초래하는 우를 저지르지는 않을지 재고해 볼 일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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