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유년 시절에 즐기던 놀이 중에 땅바닥에 금을 그어놓고 놀던 놀이가 제법 있었다. 지금은 아득한 세월 속에 잊혀져가는 놀이지만 비석치기, 구슬치기 등을 할 때에 땅바닥에 금을 그어놓고 놀았는데 그 시절 추억이 있는 이는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축구공도 귀하던 시절 놀이 기구가 변변치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돌멩이, 땅바닥, 땅에 그은 선만을 이용하여도 되었으니 땅바닥 금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한참 놀이가 진행되다보면 꼭 실랑이가 벌어지는데 금의 경계에 관한 시비가 그것이다. 금이 희미하거나 이중으로 그어진 경우 서로 주장이 달랐으니 금의 형태가 늘 문제의 발단이었다. 선의 형태가 주는 의미가 새로울 것이다. 손금도 이치가 다르지 않으니 금은 좌우상하를 나누는 분명한 형태일 때 금의 의미가 뚜렷해지는 것이다. 손바닥의 부위에서 나타난 손금의 위치 정보에 의해서 선의 기능을 분류하는 것은 수상(手相)의 기본이다.
 
그 기본 중에 또 기본이 선의 모양새인데 선은 분명하여야 하고 깊이가 있어서 그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함이 중요하다. 손바닥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존재가 분명한 경우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 일반이다. 그것이 가지는 의미와 해석이 달라야함도 당연한 것이다. 확연한 모양을 드러내면 확실한 작용이 있다고 보면 되고 희미한 모양을 보이고 있다면 그 의미가 미정(未定)이라고 보면 된다. 즉 기미나 징조가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억지로 길흉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고 미미하지만 그런 기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거나 애매함 그대로 해석하면 되는 것이다.
 
선의 속성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인데 깊음과 얕음, 넓음과 좁음, 손 바탕색과 색깔의 대비, 연결성의 정도, 곡직(曲直·굽음과 곧음), 주변 금의 침범 내지는 간섭 형태 등을 분류의 기준으로 삼는다. 대체로 얕은 선보다는 깊은 선,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 적당한 폭, 손 바탕색과 비슷한 색, 잘 이어진 모양, 직선에 가깝되 약간씩 굽은 모양, 주변 금의 간섭이 적은 형태 등이 바람직한 선 모양의 표준이라고 하겠다. 표준이 아닌 것은 그 정도 차이는 있을지라도 부족함이 있거나 문제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한 대표적으로 기준을 삼는 선들은 손바닥 부위에 드러나 있어야 긍정적 작용이 있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여러 사람의 손금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표준을 삼는 선이 빠진 경우도 많은데 해석의 근거가 애매해진다. 이럴 경우 좋은 해석을 가하기보다는 알 수 없다고 해석하거나 그런 기운이 약하다고 해석하게 된다. 도시 계획을 떠올리면 해석의 원리가 좀 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주요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도 간선 도로가 없다면 아스팔트길을 가다가 갑자기 비포장도로를 만난 격이 되니 좋은 기운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굴곡을 겪는 식의 흐름도 인생에서 생겨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손금을 배울 때에는 우선 표준의 모양을 잘 새겨두길 바란다. 정품을 잘 보아두면 짝퉁은 쉽게 가릴 수 있으니 안목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다음 글에서는 표준 외의 다양한 모양을 살펴볼 것을 기약한다.


김해뉴스

박청화 청화학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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