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다른 언론사 기자와 함께 김해시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들을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기자가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건 그 날이 처음이었다. 홍보담당관은 처음 부임했을 때 기자와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몸이 불편하다"며 약속을 미룬 바 있다. 당시는 김맹곤 전 시장이 재임하던 때였다.

이날 만난 홍보담당관은 "그동안 <김해뉴스>의 지속적인 비판 보도 때문에 김맹곤 전 시장의 눈치를 보느라 관계가 소원했다. 앞으로는 시정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기자는 웃으면서 "시가 잘 하면 잘 한다고 하겠지만 시장이 누가 되더라도 잘못 하면 비판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들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왔다. 내년에 치러질 총선과 시장 재선거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들은 "A 씨는 인기가 높다. B 씨는 인지도가 낮다. A 씨는 총선이든 시장선거든 당선될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듣기에 따라 A 씨의 당선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말이었다. 선거개입 의혹을 살 수 있는 대사였다.

홍보담당관은 김해시의회가 최근 언론사들의 광고 예산을 삭감하는 데 앞장 선 C 시의원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그는 "C 의원은 고교 후배다. 그럴 수 있느냐"라면서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C 의원을 비난했다. 다른 직원은 "차라리 예산을 반납하는 게 낫다"며 거들었다.

이들을 보고 있으니 2013년 초 <김해뉴스>에 온 지 몇 달 안 됐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새정치민주연합 D 시의원의 주선으로 홍보담당관을 저녁에 만났다. 홍보담당관은 당연하다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기자에게 말했다. "기자들은 광고 하나 주면 다 해결할 수 있지." 말 실수로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기자는 기자 생활 24년 동안 지금의 홍보담당관이나 당시의 홍보담당관 같은 사람들을 처음 보았다. 충격이었다. 부산에서 근무할 때는 그 어떤 공무원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 기자 앞에서 특정후보를 치켜세우거나 폄하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었다. 시의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자 앞에서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없었다.

홍보담당관실은 김해시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식적인 '입'이다. 그들의 언행은 그래서 공석이든 사석이든 다른 부서 공무원들보다 더 신중해야 하고 업무 파악 능력이 우수해야 하며, 상황 분석이 예리해야 한다. 선거와 관련된 건 더더욱 그러하다.

윤성혜 시장권한대행은 권한대행 직무 수행을 시작하면서 일성으로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6·4지방선거 때 있었던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윤 권한대행의 '입'이라고도 볼 수 있는 공무원이 특정 출마 예상자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다른 공무원들은 안 그런다는 보장이 있을까. 윤 권한대행의 대응을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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