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생활 문화>
이규태
신원문화사
320쪽

책을 읽는 시간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잠시 동안이나마 책을 통해 알게 되는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식견은 큰 가르침을 준다. 흔들림이 있을 때마다 여유를 주기도 한다.
 
고 이규태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8년 동안 '이규태 코너'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 있다. 생활 속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한 가닥 한 가닥 모은 <한국인의 생활문화>다.
 
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내용을 교훈과 재미로 엮어 놓았다. 그 중에서 '겸손과 미덕의 철학'에 '청렴도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부분이 있다. 전통 관료사회에서 청렴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삼는 '사불삼거(四不三拒)'. 공직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설명한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네 가지와 거절해야 하는 세 가지라는 뜻이다.
 
'부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게 '일불'이다. 조선 영조 때 호조 서리를 지낸 김수팽은 아우의 처가 부업으로 염색을 하자 염료 항아리를 부숴버렸다. 재임 중 땅을 사지 않는 게 '이불'이다. 풍기 군수 윤석보는 고향에 두고 온 부인 박 씨가 굶주리다 못해 결혼할 때 입고 온 비단옷을 팔아 채소밭을 사자 바로 사표를 냈다. 집을 늘리지 않는 게 '삼불'이다. 대제학 김유는 자식들이 장맛비에 부서진 집을 수리하면서 처마를 늘이자 잘라내게 했다. 재임 중 고을의 명물을 먹지 않는 게 '사불'이다.
 
윗사람이나 세도가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는 게 삼거 중 '일거'다. 중종 때 청송부사 정붕은 영의정 성희안이 청송 명산품을 보내달라고 하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청을 들어준 다음 답례를 거절하는 게 '이거'다. 사육신인 박팽년은 관직에 추천한 친구가 답례로 땅을 주자 관직을 내놓으라고 했다. 재임 중 경조애사의 부조를 일체 받지 않는 게 '삼거'다.
 
청렴은 '그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남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옛 선조들의 사불삼거 정신을 배우고, 이를 통해 청렴의식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내 삶의 지침이 됐다.



▶임용택/주촌초~김해중~부산중앙고~인제대 졸업. 4·5대 김해시의원, 5대 김해시의회 전반기 의장, 제17대 대선 한나라당 김해을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 YWCA 평생이사, 김해여성회관 후원이사.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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