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 유래설 정면 반박
"청동 제기 금문이 원형" 주장
동북공정 맞서 역사 교육 열중
김해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금 훈장은 최근 '한자의 기원'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금 훈장은 이 책을 통해 한자가 중국말이 아니라 우리말과 글이라는 것을 청동기에 새겨진 금문(金文)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한자의 기원이라고 널리 알려진 일본의 갑골문(胛骨文)에 대한 반론서이며 갑골문을 주장하는 학자 시라카와 시즈카에 대한 문자학적 반박문이기도 하다. 책의 서문에 보면 "만약 일본의 대 갑골문 학자 시라카와 시즈카가 이 책을 보게 된다면 자신의 저서 대부분에 불을 놓게 될 것이다"고 명시되어 있다.
금 훈장은 "후한(後漢) 때 허신(許愼)이 편찬 한 설문해자(說文解字) 이후 2천 년이 흘렀지만 아무도 한자 부수(部首)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그 설명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국내 학자들도 중국이나 일본의 갑골문 연구들을 인용해 확대재생산 해 왔기 때문에 문자의 오독에 대한 피해가 막심했고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문자 해석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 훈장은 고대 문자의 기원이 거북 뼈에 새겨진 갑골문(甲骨文)이 아니라 청동제기(靑銅祭器)에 새겨진 금문(金文)이 문자의 시원(始原)이 됨을 전제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초기 청동(靑銅) 제기(祭器)나 무구(巫具)에는 반드시 조상 및 부모형제의 이름과 관직이 새겨져 있었기에 여기서 본 연구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모든 한자가 고대에 불과 금속을 다루는 고도의 첨단 설계도이자 불을 독점한 혈통을 확인하는 행위에서 파생됐다는 것이다. 금 훈장은 이러한 역사적 접근을 통해 한자의 기초가 되는 214개의 부수를 새롭게 해석하여 풀어내고 있다.
그는 "동북공정으로 중국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정신을 송두리째 넘보는 이 시기에 문자에 대한 연구야말로 절실히 필요한 숙제다"고 말했다. 그는 "한자가 우리의 문자로 입증된다면 중국의 고대사가 우리의 역사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강의가 '우리 역사 바로 찾기'라는 수업으로 청동기 시대의 금문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과정이다. 그는 "최근 들어 역사나 인문학에 대한 지적 욕구가 왕성한 시기에 우리의 고대사와 문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현 시대를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우려면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 훈장은 이번에 '한자의 기원'을 출간하자마자 바로 다시 금문에 대한 연구에 들어간다. 그리고 내년에 개정판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까지 한문에 대한 해석에는 일관성이 없었지만 근원적인 뜻에 궁금증을 더욱 가지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문의 글자마다 그 뜻에 대한 역사와 철학이 담겨 있는 만큼 그 의미파악을 통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생겼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