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주를 마친 뒤 사인회를 가진 에카르트슈타인.

인제대학교와 김해시가 공동주최하고 김해국제음악제조직위원회(위원장 노경원 인제대 교수)가 주관한 '제8회 김해국제음악제'가 지난달 27~30일 김해문화의전당과 인제대학교 장영실관, 장유 '음악이주는선물강당' 등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본행사에 앞서 23, 26일에는 프린지 콘서트가 진행됐다. 올해의 음악제 주제는 '스크리아빈과 시벨리우스'였다. 19세기 국민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알렉산드르 스크리아빈(러시아)과 장 시벨리우스(핀란드)의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북국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행사였다. 올해 김해국제음악제 현장을 둘러본다.

■인제 피아노 소사이어티 정기연주회

바흐와 스크리아빈의 곡들 연주
야수 같은 격정적 선율에 청중들 매료


지난달 26일 장유 '음악이주는선물강당'에서 프린지 콘서트가 진행됐다. 인제대학교 피아노 전공 졸업생·재학생 들로 이뤄진 '인제 피아노 소사이어티'의 제6회 정기연주회였다. 강대현, 강민희, 김구민, 김혜미, 박선하, 박소연, 성지희, 신선우, 신세라, 어숙진, 오병강, 엄희정 씨 등이 탄생 330주년을 맞은 세바스찬 바흐와 서거 100주년을 맞은 스크리아빈의 곡들을 연주했다. 공연장에는 박가범, 이응 작가의 그림이 전시돼 이색 풍경을 연출했다.

공연의 막은 엄희정 씨가 열었다. 바흐의 전주곡 중 BWV(바흐의 작품번호)846, 847번과 스크리아빈의 스펠류드 1번과 20번을 교차 연주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을 타고 바흐의 전주곡이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비바체에 맞춘, 빠르고 복잡한 음색의 경쾌한 곡이었다.

스크리아빈의 곡은 강렬하고 격앙된 음색이 특징이다. 분위기가 최고조로 치닫으려는 순간 여운을 남기며 한 순간에 연주는 끝났다. 청중은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 프린지 콘서트의 막을 연 엄희정의 피아노 연주.

엄희정 씨는 "인제 피아노 소사이어티의 첫 장유 공연이다.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흐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바흐 탄생 330주년을 기념해 세계 곳곳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스크리아빈은 생소할 수도 있다. 그는 러시아 클래식의 대표라 불리는 거장이다. 바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바흐와 함께 스크리아빈의 매력을 맛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연주자들도 엄희정 씨처럼 바흐와 스크리아빈의 곡을 교차 연주했다. 나비처럼 건반 위에 손가락을 사뿐히 올려 부드럽게 연주하다가도 작은 새가 날아오르듯 경쾌하고 힘 있는 연주를 펼치기도 했다. 때로는 야수처럼 격정적이고 아찔한 연주로 청중을  벼랑까지 몰기도 했다. 엄희정 씨는 "스크리아빈의 곡은 음역이 굉장히 넓다. 피아노의 장점인 페달을 이용한 강약의 격차가 빼어나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을 감상한 강인영(26·장유) 씨는 "스크리아빈이라는 새로운 작곡가를 알게 됐다. 아름다운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노리에 다카하시-비욘 레만 부부 듀오 콘서트

1막 바흐의 ‘코랄 프렐류드’ 사랑스럽게
2막 ‘봄의 제전’은 기괴하고 환상적

28일 오후 7시 30분에는 인제대학교 장영실관에서 노리에 다카하시-비욘 레만 부부의 피아노 듀오 콘서트가 열렸다. 당초 이날 공연은 바흐의 '코랄 프렐류드'와 '브란덴부르크협주곡 5번',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모놀로그', 요하네스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헝가리 무곡'을 연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부의 요청으로 곡 구성이 달라졌다. '브란덴부르크협주곡 5번'을 빼고, '코랄 프렐류드'와 '하이든 주제의 의한 변주곡', '헝가리 무곡'을 1막에 올리기로 했다. 짐머만의 '두 개의 피아노로 치는 모놀로그' 대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2막에 배치했다.

노 교수는 "부부의 요청으로 구성을 바꿨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여러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1막의 '코랄 프렐류드'에서는 3개의 작품이 연주된다. BWV 106번 '하나님의 시간은 최고의 시간', BWV 6876번 '고통의 심연에서 나는 당신께 부르짖나이다'와 곡의 종결 부분인 '주 하느님, 하느님의 어린 양'이다. 코랄은 독일 루터 교회에서 사용하는 찬송가"라고 설명했다.

▲ 비욘 레만(왼쪽)-노리에 다카하시 부부가 협연을 펼치고 있다.

부부는 한 대의 피아노 앞에 앉았다. 네 개의 손이 바흐의 코랄 프렐류드를 연주하는 것이다. 코랄 프렐류드는 전반적으로 사랑스럽다. 신앙심이 가득했던 바흐의 하나님에 대한 예찬이 곡 안에 진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부부는 자신들의 음악을 스스로 감미하듯 몸을 천천히 흔들며 우아하게 연주를 시작했다. 청중들은 눈을 감고 부드러운 선율에 빠져들었다. 연주는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넘어갔다.

화려하고 로맨틱한 변주가 펼쳐지다 어둡고 암울한 연주가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마치 기승전결로 나뉜 한편의 동화책을 보는 기분이었다. '헝가리 무곡'은 1, 3, 4, 6, 17번을 연주했다. 부부는 마치 한몸처럼 절묘한 타이밍과 합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2막에서는 '봄의 제전'이 연주됐다. 사랑스럽고 경쾌한 이전 곡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노 위원장은 "'봄의 제전'은 발레곡이다. 1부와 2부로 나뉜다. 봄의 신을 예찬하며 아름다운 소녀를 바치는 내용이다. 소녀가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격정적인 곡"이라며 "박자의 개념을 무너뜨린 곡이다. 굉장한 파워와 전희로 이뤄져 다소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아름다운 악마가 따라다니는 음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반을 치는 손길과 귓가를 스치는 음악은 그로테스크(기괴하고 환상적)했다. 최고조로 치닫는 연주에 부부의 움직임과 호흡은 거칠어졌다. 30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이어지는 연주였지만 시시때때로 바뀌는 기괴한 분위기에 손에는 땀이 맺혔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노리에 다카하시가 손을 공중으로 올리며 연주의 마지막을 알리자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부가 인사를 하고 막이 내려져도 박수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계속되는 박수소리에 부부는 두 번이나 앵콜 연주를 해서야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인제대 학생 이연주(22) 씨는 "공연 내내 피아노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벗어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연주하는 내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아름답고 여운이 남는 공연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해뉴스 /김예린·어태희·강보금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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