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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불고기 담백·고소함에 ‘사르르’ 어탕의 진한 감칠맛 입안에 또 ‘사르르’박영구 세무사와 ‘경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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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1.06 09:33
  • 호수 255
  • 16면
  • 남태우 기자(leo@gimhaenews.co.kr)

   
▲ 박영구 세무사가 밝은 표정으로 음식을 들고 있다.

양념 바른 메기·각종 채소 어우러져
사각 철판위에서 “지글지글”… 맛 담백
눈 가리고 먹으면 장어구이로 착각
메기·붕어·잉어 넣고 끓인 어탕색 인상적

박 세무사, 35세 때 늦깎이 세무사 도전
공무원 그만두고 김해서 건설회사 취업
회계·세무사 등 자주 만난 것이 계기

2013년 3월, 부산일보에서 자회사인 <김해뉴스>로 발령받은 첫날이었다.  책상을 정리하면서 창 밖을 내다봤는데, 멀리 KT 건물이 보였다. 그 건물 벽에 '박영구 세무회계'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있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며칠 뒤 부산에 사는 고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해뉴스> 사무실 인근에서 고교 동창인 박영구가 세무사 사무실을 열고 있다."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33년 전 고교를 졸업한 뒤로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그 '박영구'가 '박영구 세무회계'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그 후로는 수시로 박 세무사를 만나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셨다. 매주 수요일이면 김해중학교에서 다른 세무사들과 함께 축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했다. 박 세무사의 인생 역정이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사연도 들어볼 겸 점심을 같이 하자고 했다. 그가 정한 식당은 자신의 사무실 근처에 있는 '경호강'이었다. 그는 "메기구이가 특히 맛있다"는  문자도 보내왔다.
 

   
▲ 장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메기불고기(위). 민물고기 육수로 끓여 진한 맛이 일품인 어탕.
자리에 앉자마자 '메기구이'로 보이는 음식이 나왔다. 양념을 바른 메기가 각종 채소와 함께 사각형 철판에 들어 있었다. 식당 벽에 붙어 있는 차림표를 보니 정식 명칭은 '메기 불고기'였다. 얼핏 보기에는 장어구이처럼 보였다. 박 세무사는 "처음 이 음식을 접하거나, 눈을 가리고 먹으면 장어구이로 착각할 수도 있다"며 웃었다. 그는 "메기구이는 장어구이보다 덜 느끼하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마치 장어구이처럼 느껴졌다. 기름기가 적고 껍질이 붙어 있다는 것만 빼면 장어라고 해도 다들 모르고 넘어갈 듯 싶었다.
 
'경호강'의 주인 황용규 씨와 주방을 맡고 있는 부인 백행하 씨가 바쁜 와중에도 '메기 불고기'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두 사람은 7년 전에 식당을 열었다. 처음에는 어탕과 어탕국수를 주로 다루었다. 황 씨는 무언가 한 가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어느 날, 그는 메기를 칼로 썰어 포를 떠 보았다. 처음에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쉽게 포가 떠졌다. 이 포에다 양념을 발라 구워 보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맛이 괜찮았다. 그래서 그는 메기 불고기를 새 메뉴로 추가했다. 백 씨는 "메기 불고기 양념에 고추장과 새우가루 등 15가지가 들어간다. 여러 번 실험을 해보았더니 양념을 한 달 정도 숙성시켰을 때 맛이 가장 좋았다"고 덧붙였다.
 
박 세무사에게 그동안 지내온 이력을 물었다. 그는 "허허" 웃더니 자신의 이력을 들려주었다. 그는 밀양고등학교-부산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다. 처음에는 밀양시에서 공무원으로 4년가량 근무했다. 공직은 재미가 없었다. 변화나 창의성이 없어 지루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그는 김해에 와서 건설회사에 취업했다. 이후 여러 회사를 돌아다녔다. 주로 경리 업무를 맡았다. 회계사나 세무사 등을 자주 만났다. 재미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경호강' 주인 황용규(오른쪽) 씨와 부인 백행하 씨.
박 세무사는 35세 되던 해에 중대한 결심을 했다. 세무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둔 늦은 나이에 두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왜 안 그랬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4년간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를 했다. 말이 쉬워서 틈틈이였지,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은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외동딸은 산청의 처가에 맡겨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세무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그는 덜컥, 정말이지 덜컥 2003년 시험에 합격하고 말았다. 그해 바로 부원동 김해세무서 앞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KT건물로 이전했다.
 
이야기를 듣는 사이 어탕이 상에 차려졌다. 짙은 색깔이 인상적이었다. 박 세무사는 "세무 업무를 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경호강'에 와서 어탕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덧붙였다. 그는 낚시를 좋아한다. 가끔 산청 경호강에 가서 고기를 잡는다. 메기를 잡아올 때도 있다. 물고기를 깨끗이 손질한 뒤 사무실로 가져가 매운탕을 끓이곤 했다. 그 맛이 일품이어서 그가 매운탕을 끓이는 날에는 인근 세무사들이나 거래 고객들이 맛을 보러 온다고 했다. '경호강'의 어탕과 맛을 비교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는 웃으면서 "감히 어떻게 비교를 하느냐"고 말했다. 경호강 어탕이 한 수 위란 말이었다.
 
   
▲ 식당 외부 전경.
백행하 씨가 어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우리 집 어탕은 다른 집들의 육수와 다르다. 메기, 붕어, 잉어에 된장, 소주를 넣어 6시간 정도 미리 끓인다. 여기에 메기와 고추장을 넣어 어탕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경호강'의 어탕 육수는 매우 진했다. 메기 비린내나 고추장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박 세무사는 "별 다섯 개를 줄 만하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 세무사가 인생 경로를 변경한 지 11년여가 지났다. 그는 자신의 새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50대 중반이 넘으면 고향에 돌아가려 한다. 전원주택을 지어 농촌생활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꿈이었다. 기자도 박 세무사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터다. 앞으로 10년 뒤 고향의 시골마을에서 '촌스러운' 모습으로 그를 다시 만나 막걸리 잔을 기울이기로 했다. 

▶경호강/김해대로 2371번길 8-26(부원동 621-5), 김해상공회의소 뒷편, 055-321-7007. 메기불고기 1인분 1만 5천 원, 메기매운탕 1인분 1만 원, 어탕·어탕국수 7천 원.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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