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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번 해도 안 되면 1만 번… 도전·실패 해봐야 성장”[1] 김영기 휴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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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1.13 10:37
  • 호수 256
  • 1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김해에는 7천여 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들 중에는 이름을 대면 누구나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의 전국적 지명도를 지닌 기업이나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김해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는 '김해의 기업인'을 연재한다.

군 제대 후 대학 중퇴 ‘창업의 길’
TV부품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
갑 횡포 경험… 신제품 개발 결심

10년 간 시행착오 후 녹즙기 탄생
기쁨도 잠시 유사품에 고전
성능으로 승부 ‘만능녹즙기’ 결실

육식 위주 식습관 주목 또 도전
식물 영양소 살린 ‘주스기’ 개발
2009년 중국 시장 개척 재도약


"1천 번 해 보고, 안 되면 2천 번 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1만 번 해 봐야 합니다. 실패가 쌓이고 쌓이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되는 겁니다."

배우 이영애 씨의 TV광고와 홈쇼핑 광고로 유명한 주방가전 기업 ㈜휴롬의 본사는 김해 주촌면 골든루트산업단지 안에 있다.

㈜휴롬의 김영기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마침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생각은 그의 인생철학이면서 또한 기업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휴롬 주스기는 김 회장이 직접 발명한 것이다. 그는 '회장' 보다는 '발명가'란 호칭을 더 선호한다. 지금도 자택에 개인 연구실을 두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직접 도면을 그리고 있다.

   
▲ 김영기 ㈜휴롬 회장이 골든루트산업단지에 있는 휴롬 본사 사무실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항상 도전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실험하고 실패하고, 그래야 성장을 할 수 있다. 휴롬이 지금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깊은 내공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 회장의 인생과 휴롬의 성장사는 숱한 도전과 실패, 재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의 과정이었다.

김 회장의 고향은 김해군 가락면 해포다. 지금은 부산시 강서구 가락동으로 돼 있다. 그의 부모는 한림면에서 가락면으로 이사를 했다. 부모는 낙동강변의 갈대밭을 농지로 바꿔가며 자식들을 길러냈다. 그는 학창 시절에 부모로부터 '공부하라'는 말보다 '소 여물 줘라'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지만, 공부를 꽤 잘 했다. 중학교는 부산 개성중학교와 명문 경남고를 나왔다. 고교 졸업 후에는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진학했다. 그 시절에는 연세대 졸업장만으로도 어지간한 대기업에서 편안하게 정년퇴직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군에 다녀온 그는 1974년에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대개 대학 졸업장만 갖고 평생 먹고 살려고 합니다. 대학을 중퇴한 뒤 '내 앞길은 내가 직접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제조 관련 회사를 차렸습니다."

당시 국내의 전자업체들은 일본에서 TV 관련 부품들을 모두 수입, 조립해서 팔았다. 그는 '일본 사람들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게 뭐  있나'라는 오기가 발동했고, 간단한 TV 부품을 만들어 금성사(현 LG전자) 등에 납품했다. 그러나 회사 운영은 쉽지 않았다. '을'인 하청업체가 '갑'인 대기업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대기업의 '갑질'은 횡포에 가까웠다. 김 회장은 "당시의 TV 소비자가격은 국내용 12만 원, 수출용 2만 5천 원이었다. 대기업의 하청업체들은 국내용 제품의 부품도 수출용 소비자가격에 맞춰 납품해야 했다. 그때 남들이 만드는 걸 따라 하면서 대기업에 납품을 하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래서 국내외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과일과 야채를 한약처럼 짜먹으면 건강에 좋으리란 생각을 했다. 나아가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마침내 1990년대 초반에 자신만의 녹즙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유사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저질제품도 넘쳐났다. 설상가상으로 언론에서 "녹즙기에서 중금속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급격히 싸늘해졌다. 김 회장은 "쇠끼리 부딪치면서 나오는 쇳물이 문제였다. 우리 제품은 기어가 하나여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소비자들이 아예 외면해 버리니 방법이 없었다. 결국 몇 년 동안 생산 자체를 멈춰야 했다. "고 회상했다.

이 와중에도 김 회장은 좌절하지 않고 더욱 성능이 좋은 녹즙기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2000년에 '오스카 만능 녹즙기'가 세상에 나왔다. 국수, 참기름 등을 만들 수 있는 다용도 녹즙기였다. 당시 중소기업박람회에서 인기상품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국내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여기에다 홈쇼핑을 통해 판매가 되면서 '오스카 만능 녹즙기'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자 다시 유사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온갖 소송으로 맞대응해야 했다. 김 회장은 "당시 특허소송만 26건을 냈다. 수 년 간 소송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사이 수요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더 이상 국내시장에 머물게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때 김 회장은 현대인들의 식습관 변화에 주목했다. 식습관이 채식에서 육식, 인스턴트식품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는 건강이란 화두를 안고 자연 그대로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2006년에 과일과 채소의 영양소는 덜 파괴하면서 재료 특유의 색은 보전하는 '휴롬 주스기'를 개발했다. 마침 사회적으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졌고, 휴롬 주스기의 인기는 날로 커져 갔다. 기존의 주스기들과 차별되는,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도 주효했다. 덕분에 2014년에는 3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중국 홈쇼핑에서 판매를 시작, 중국에서만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의 대규모 세일행사인 '광꾼제'에서 2초당 1대씩 제품을 판매, 하루에 180억 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지금 휴롬 주스기는 중국에서 '초코파이'와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한국산 제품이 되어 있다.

한편, 휴롬은 최근 들어서는 물이나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채소와 과일 원액만으로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는 '휴롬주스카페'에 몰두하고 있다. 주스카페는 소비자들에게 건강에 좋은 주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김 회장의 평소 마음에서 비롯됐다. 그는 "일반적인 과일주스는 설탕과 색소, 인공 향으로 맛을 낸다. 과일과 채소는 시간이 지나면 금방 변질되기 때문이다.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원래 그대로 짜서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중국, 베트남, 태국 등지에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휴롬주스가 스타벅스커피처럼 세계 곳곳에 퍼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창문을 통해 보이는 휴롬 본사 뒤편의 주촌선천지구 쪽을 가리켰다. 그는 그 어디쯤에 휴롬과 협력업체들이 함께 일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일했을 때 온갖 설움을 다 겪었다. 하청업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협력업체들한테서 선물을 받는 게 아니라 선물을 보내준다. 협력업체들 덕분에 휴롬도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원청업체와 협력업체가 서로 이득을 얻을 때라야 비로소 좋은 제품을 오래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산업단지에 협력업체들을 다 불러들이고 유치원과 탁아소 등을 운영하려 한다는 말도 했다.

김 회장의 '아름다운 구상'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평생 회사를 위해 일한 사람들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좋은 요양시설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요양원은 응급실과 가까워야 한다고 해 양산부산대병원 측과 여러 가지를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청년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고 했더니 그는 단호한 어조로 "청년 실업난이 심각하다고들 한다. 대학이 너무 많은데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대학 졸업장 하나만 갖고 평생을 편안하게 보내려 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장은 제쳐두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꿈을 꿔야 한다.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기 회장은…
1949년 김해 출생. 해포초, 개성중, 경남고 졸업. 연세대 전기공학과 중퇴. 1974년 개성공업사 설립. 1996년 전기녹즙기 발명특허 등록. 1999년 산업부 장관 표창. 2002년 신지식특허인 선정. 200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품전 전기녹즙기 금상 수상. 2006년 휴롬 주스기 개발. 2010년 세계 일류상품 선정. 2011년 제46회 발명의날 산업훈장. 2012년 주스카페 '휴롬팜' 시작. 2013년 납세자의 날 기획재정부 장관상 수상. 2015년 IBK기업은행 '제12회 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정자 선정.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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