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가 지난 5월 25일자 신문에 소개한 진례면 시례리 신기가죽자반작목반 '가죽자반' 기사를 기억하는가. 햇볕과 자연이 만들어낸 웰빙 밑반찬 참죽 장아찌와 부각, 그리고 그 음식을 마을 공동작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소개한 기사다. 그 글을 읽은 독자 중에 '신기가죽자반작목반은 마을 회사같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다.
 
'희망제작소'를 설립하여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쳐온 박원순 인권 변호사가 '마을 회사'라는 책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대안을 내놓았다. 전통을 살리고 특색을 가꿔 공동체 복원에 힘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에 이은 또 하나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살기 좋은 마을 우리가 만든다'는 취지로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을 추진했다. 지역의 고유한 향토적 자산을 기초로 소기업을 설립하거나 마을 기업을 일으켜 보자는 뜻이 담긴 사업이다.
 
저자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5년 전부터 전국을 돌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는 우리 전통 소금인 자염을 구워 생산한다. 마을에서는 자염축제도 여는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남 순창은 전통 장류 전반을 아우르며 지역 농가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경남 하동의 청매실농원은 매화마을뿐만 아니라 광양의 인근 마을까지 먹여 살릴 정도로 지역의 희망이 되었다. 충북 옥천농협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수매하여 음료로 가공하여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연구팀을 개설하고 고유 기술을 보유한 옥천농협은 종합 음료회사가 되었다.
 
전국 곳곳에는 이렇게 자기 지역의 고유한 자산을 기초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면서 지역 경제의 미래를 만드는 독특한 사람들이 많았다. 저자는 이들을 만나며 우리의 전통적 지혜와 마을의 특성을 살려 내는 사업들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이것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믿음을 박원순 변호사는 이렇게 썼다. "우리는 어느샌가 기업 하면 재벌 기업을 연상하게 되었다. 기업은 자기 집 안방에서 컴퓨터 한 대 놓고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마루에서 책상 하나 놓고 인형을 만들거나 양초 공예를 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중략) 나는 소기업이 들꽃처럼 피어나고 강물처럼 흐르는 날이 와야 하고 오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지역과 마을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은 지역의 향토적 자산을 일구고 그것을 기초로 벌이는 사업이야말로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임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사업이 마을의 일자리 창출, 마을 공동체의 형성, 지역 복지의 근간임을 제시한다. 중앙 집중과 첨단사업 위주의 세상에서 소외되어 온 지역사회가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전체적인 구성은 실례를 소개하며 4부로 짜여졌다. 1부 '향토 자산이 마을을 살린다'에서는 말 그대로 마을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에 기반한 자산을 토대로 경제사업을 하는 사례를 모았다. 2부 '가공에서 대안을 찾다'는 1차 생산물을 가공함으로써 경제적 기반을 다진 사례들을 담았다. 3부 '윤리적 소비가 세상을 바꾼다'는 소비와 유통 문제를, 4부 '협동조합이 희망이다'는 마을 공동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모범적 사례를 묶었다.
 
책을 읽으면서 개발이라는 허울 속에서 사실은 우리 삶의 터전을 스스로 망쳐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떠올랐다. 오래 살아온 땅과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삶이 행복하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 우리에게 베풀고 있는 많은 것을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이다. 김해에도 새로운 활력을 키워가는 마을이 많아지길 바란다.
▶박원순 지음/검둥소/265p/1만3천원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