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동에 있는 '맛찬들 왕소금구이' 전경.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분석하고, 경험을 통해 준비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내동 SK굿모닝주유소와 우리여성병원 사이에 '맛찬들 왕소금구이'라는 고깃집이 있다. 주말은 물론이거니와 평일에도 저녁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게 문을 연 지 2년이 지났지만 변함없는 맛과 정갈한 서비스 덕분에 손님은 줄지 않고 있다.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의 주인이라면 당연히 요식업 경험이 많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맛찬들 왕소금구이'의 사장은 30대 초반의 젊은이다. 그는 20대 때부터 다양한 사업을 통해 경험을 쌓았고, 지금은 '창업 대박'의 꿈을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 청년이다. 윤치환(32) 대표.

▲ 몸으로 부딪치는 도전 정신을 앞세워 음식점 창업에 성공한 윤치환 대표가 가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고교 때 공부보다 ‘창업 대박’ 꿈
25세 때 친구가 하던 치킨가맹점 사업
1년 5개월만에 2억 2천만 원으로 불어
부모 설득 3천만 원 빌려 가게 개장

맥주 프랜차이즈·레스토랑 사업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실패 쓴 맛

왕소금구이 삼겹살 체인점으로 또 도전
예상 적중 매출 쑥쑥… 최근 점포 확대
“창업, 분석하고 도전하면 반드시 성공”


윤 대표는 고등학교 때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도 그다지 좋은 곳에 진학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대학에 관심이 없었지만 군에 다녀온 뒤 부모가 "그래도 대학에는 가야 한다"고 해 할 수 없이 대학 진학을 했다. 하지만 그는 학력과 학벌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른 곳에 따로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윤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25세 때 처음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공한 적도 있지만,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 경험이 지금의 성공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됐다.

그는 가장 먼저 친구가 하던 치킨가맹점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기름에 튀긴 게 아니라 오븐에 구운 치킨이었다. 사업 아이템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가맹비가 없다고 했다. 인테리어도 알아서 하면 된다고 했다. 부모가 한식업을 했던 터라 나름대로 맛에 관심이 있었고, 치킨점의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도 했다. "하루는 치킨을 사서 부모님한테 드셔 보라고 했어요. 치킨점을 꼭 해보고 싶다고 설득했어요. 그렇게 해서 3천만 원을 빌려 9평 정도 크기의 가게를 냈습니다."

치킨점은 장사가 잘 됐다. 첫 달에 투자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수익만 한 달에 700만~800만 원 정도였다. 돈을 버는 게 재미있어서 365일 연중무휴로 일을 했다. 1년 5개월 동안 치킨점을 하면서 돈을 번 결과, 초기 투자금 3천 500만 원은 2억 2천만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치킨점을 시작한 다음해 7년 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26세 사장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윤 대표는 사업을 더 확장하고 싶었다. 번 돈으로 대학 친구와 동업을 하기로 했다. 당시 떠오르던 맥주 프랜차이즈였다. 친구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본부장이었다. 그는 친구를 믿고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사업은 꼬이기 시작했다. 기대와 달리 친구는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었다. 아예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해고까지 당했다. 윤 대표는 혼자서 임대료에다 건축비까지 모두 물어야 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참여할 수도 없게 됐다. 그는 "동업자를 믿었다. 그런데 사업을 아예 못 하게 돼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쨌거나 땅을 빌렸기 때문에 임대료는 매달 내야 했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급히 레스토랑을 차렸다. '인비토'라는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다. 공간이 넓고 분위기가 좋아 꽤 호평을 받았지만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적자가 이어졌다. 그는 전세방을 빼고 부인과 아들을 처가에 보내야 했다. 음식 가격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제대로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당연히 안 될 수밖에 없었지요. 다른 레스토랑들이 생겨서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젊은 계층만 양식을 좋아한다는 게 문제였어요."

▲ 윤치환 대표가 신선한 돼지고기를 자랑하고 있다.
윤 대표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동생이 추천한 '맛찬들 왕소금구이'를 알게 됐다. 직접 다른 가맹점에 가서 고기를 먹어봤다. 지금까지 경험한 고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삼겹살은 계절을 안 타고 전 연령층이 즐기는 국민 음식이었다. 그는 이걸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윤 대표는 '맛찬들 왕소금구이' 본사 대표를 찾아갔다. 그는 대표에게 자신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한 뒤 꼭 지점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열정 때문이었는지 대표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점을 낼 수 있도록 허락했다. 대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에서 지정한 대로 인테리어 설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대표를 설득해 종전의 인비토 인테리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가게를 열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2년 전인 2014년 1월 말에 김해1호점을 열었다. 광고를 안 했는데도 첫 달에만 매출 3천만 원을 기록했다. 둘째 달에는 6천만 원, 셋째 달에는 9천만 원으로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장유에서 고기를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었다.

고깃집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고기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윤 대표는 본사에서 정한 시스템을 정직하게 지켰다. 손님들에게 좋은 고기를 계속 대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손님이 줄기는커녕 계속 늘었다.

지금은 한 달에 1억 5천만 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율하점, 장유점을 차례로 열었다. 삼계점도 개설했다. 올해는 서울에 지점을 하나 더 낼 계획이다.

윤 대표의 사업에 대한 생각은 간단명료하다. 그는 "창업을 도박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패가 보이는 도박이다. 직접 몸으로 일을 해 보고 머리를 맞대 분석하면서 준비하면 안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전하길 꺼리는 청년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못 구해 안달이다. 정말 열심히 '내 일'처럼 하고, 궁극적으로 내 사업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윤 대표는 가게 확장에만 머물지 않고 함께 사업을 진행할 청년사업가들을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맛찬들 왕소금구이'에서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23~32세의 젊은 청년들을 그는 함께 사업을 꾸려갈 '식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들과 함께 다른 분야에서라도 서로 뭉쳐서 실패의 위험성을 줄이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고 싶어 한다. 지난해 6월 개설한 삼계점의 실제 사장은 윤 대표지만, 정직원 중 1명이 지점장을 맡아 사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청년 사업가들이 함께하는 회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한 배를 탄 식구들이 모두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봉사단체를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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