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가까이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틈만 나면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의 종류만큼 다양하다. <내 서재 속 고전>은 내가 선 자리를 돌아보게 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소개하며 레비의 슬픔에 공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금도 곳곳에 편재하는 억압과 폭력을 읽어낸다. 그가 소개한 열여덟 편의 책은 우리 시대 결핍의 근원적 문제를 성찰하게 한다.
 
우리는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 그것을 넘기 위해 애썼던 이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 이곳은 앞으로도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서야할 자리이기도 하다.
 
좋은 책이란 삶에 대한 큰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리라. 교양이란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배우게 되는 인간다움이 아닐까?
 
이것이 정말 인간인가를 묻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깊은 우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짧은 삶에서 이렇게 무서운 일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295개의 세계를 잃었고 조난당한 9개의 세계를 찾지 못했다. 2년이 다 되어가도록 희생자를 위한 진혼곡을 울릴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깊은 어둠에 나는 절망했다. 그러나 재일교포 2세로 일상화된 차별 속에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견뎌야 했던 서경식 선생, 그를 견디게 했던 책을 만나며 도망가는 것은 스스로 난민이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망망대해 같은 책의 바다. 그 속에는 저마다 다른 깊이로 잠겨있는 책이 있고, 깊이 때문에 평생 만나지 못할 책도 있다. 그러나 어떤 책은 그물을 던져서라도 건져 올려야 한다. 지금 내 삶을 추동하는 책,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며 나만의 고전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그 책은 분명 내 교양을 높고 깊게 하여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더 '무서운 속도로 천박해지는 사회'에 제어장치가 되어 줄 만한 한 권의 책을 만나 참 다행이다. 부조리한 조건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 그의 책읽기는 내게 용기까지 덤으로 주었다. 김해뉴스



박태남 '인문공간 생의 한 가운데' 대표 
▶경북 상주 출신. 동원로얄 작은도서관장, 어린이책 시민연대 김해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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