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글·서영아 그림·현북스·40쪽
1만2000원
나무·풀… 그에겐 모두 선생님
진돗개 일생 통해 생명 사랑 전달
많은 사람들이 개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대개 그렇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개가 바로 주인을 잘 섬기고 용맹하기로 유명한 진돗개다. 예나 지금이나 개와 사람은 참 가까운 사이다. 어른들을 위한 글을 오랫동안 써온 작가(김훈)가 아이들을 위한 첫 이야기로 진돗개를 선택한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진돗개'라는 말과 '보리'라는 말이 너무나도 정겹게 느껴졌다. 내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알록달록 꽃이 피기 시작한 산과 들판에서 당당한 어른 개로 자란 보리는 자신의 삶을 소개하려는 듯이 우리를 보고 서서 이렇게 말을 한다.
'내 이름은 보리/ 진돗개 수놈이야/ 태어나 보니 나는 개였어.'
주인공 보리의 형제는 모두 다섯이다. 가족과 함께 있기에 아직 두려움이 없다. 조금 더 자란 보리가 자작나무 숲에서 바닥을 파고 풀을 뜯고 나무 사이를 달린다. '어릴 때 귀엽지 않은 개가 있을까?' 하얀 자작나무 사이에서 뛰어노는 강아지의 모습은 참으로 밝고 생기가 넘친다. 작가는 이 장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개는 태어난 지 열 달 만에 어른이 되는데 어른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 한다. 선생님은 바로 나무, 풀, 숲, 안개, 바람, 눈비, 개미나 벌 참새와 까치 모두다. 그리고 공부를 잘 해내려면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신바람이 뻗쳐 있어야 한다.'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손자를 부르는 말 가운데 '우리 강아지'라는 말보다 흔한 말이 있을까? 자식과 달리 손자가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고들 하는데 그 귀여운 손자를 부르는 말이 '강아지'다. 보리처럼 어린 개는 그 모습이나 행동이 참으로 예쁘고 귀엽다. 개를 키워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어느덧 중개가 된 보리는 태어나서 자라온 마을이 댐 건설로 물에 잠기게 되면서 새 주인을 만난다. 어릴 때 주인할머니의 품에 같이 안겼던 그 아기다. 보리는 새로운 곳에서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온 동네를 살피고 다니며 자란다. 그런 보리에게 엄마 형제와의 이별은 어려움이 아니다. 오히려 새 주인과의 만남을 행복이라 여긴다. 특히 개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 개에게는 큰 행운이다.
어느덧 훌쩍 커서 어른 개가 된 보리의 모습과 함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새 주인과 사는 행복이나 옛 주인님과 헤어진 슬픔이나 모두가 개의 일생이지. 그걸 알면서 나는 어른 개가 되었어.'
작가는 왜 주인공 이름을 '보리'라고 했을까? 시골 논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보리를 통해 말하려 한 것은 무엇일까? 춥고 긴 겨울을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겨내며 보리처럼 살아가라는 뜻이 아닐까?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개를 기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 세상의 모든 자연과 사람들 속으로 넓고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결국 작가는 자연의 한 부분인 진돗개의 일생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와 친근한 진돗개의 삶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기바란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읽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김해뉴스
백기열 김해봉황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