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부원동 금강병원 7층 옥상의 전경. 텃밭의 나무에서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삭막한 도시의 옥상이 녹색 텃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직접 채소를 기르고 싶지만 장소가 여의치 않았던 도시농부들의 바람이 이뤄진 셈. 이 옥상텃밭은 유기농 채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도심지의 열섬현상을 막아 건물의 온도를 낮춰주고 50㎡당 20db 소음을 흡수하는 효과도 있다. 개발 열풍 일색인 김해에서도 이 옥상텃밭을 가꾸는 건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해 부원동 금강병원. 이곳의 직원들은 10년째 옥상텃밭을 가꾸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녹색공간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도심지인 부원동에서 녹지를 찾는 것은 어려웠고 생각 끝에 옥상 녹지화에 직접 나섰다. 마침 증축을 목적에 두고 지은 건물이라 옥상은 바닥 위로 건물 몇 층을 더 쌓을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됐다. 배수로를 설치하고 흙을 깐 뒤에 잔디와 나무를 심었다. 직원들이 직접 할 만큼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었다. 공간 한 편을 텃밭으로 일궈 상추와 고추 방울토마토 호박 파 등 먹을거리도 빼곡히 심었다.
 
처음엔 옥상 공간을 놀리느니 씨앗이라도 뿌려보자는 마음이었지만, 텃밭은 10년째 끄떡없이 살아 남았다. 수확된 작물은 사내 식당에서 직원용 식사에 사용된다. 도시 한복판에서 먹는 유기농 밥상은 언제나 인기가 많다. 병원 법인사무실 이태권(31) 씨는 "굳이 먹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아도, 온통 아스팔트로 도배된 도심에서 이런 녹색 텃밭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 된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방법도 간단하니 더 늦기 전에 직접 텃밭 가꾸기에 도전해 보자.


(1)기초 공사

옥상텃밭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하중관리'와 '배수시스템'이다. 하중은 옥상바닥이 받는 중력을 말하는데, 만약 텃밭의 무게가 바닥이 견딜 수 있는 크기를 넘을 경우 건물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보통 하중 1㎡에 10㎝의 흙을 깔았을 경우 200kg의 하중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20㎝면 400kg으로 배가 늘어난다. 보통 텃밭의 경우엔 흙이 30㎝정도 필요하다. 텃밭을 꾸미기 전 반드시 건물을 설계한 업체에 하중을 문의한 뒤 텃밭의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방수처리와 배수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이 씨는 "금강병원의 경우 증축을 고려해 바닥을 내구성이 강한 제품으로 만들었지만 쉽게 부식되거나 충격에 약한 소재를 사용했을 경우엔 방수처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물을 키우는 정도로 건물이 붕괴하거나 하진 않지만, 옥상 소재를 부식시켜 균열을 가게 한다는 것. 또 물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뿌리도 썩거나 마르게 된다. 방수를 위해서는 흔히 염화비닐계 시트 방수공법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시트지를 필요한 크기만큼 구입해 직접 시공이 가능하다. 옥상 바닥에 붙이는 면을 불로 가열해 녹인 뒤 압력을 줘서 접착시키면 된다. 시공 전 바닥을 깨끗이 청소해 두는 것은 필수다. 시멘트 바닥일 경우 완전히 말리고 작업을 시작한다.
 
방수처리가 끝났다면 배수판 설치를 하면 된다. 배수판은 흙속의 물 순환을 원활하게 해서 식물이 건강하게 숨 쉴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플라스틱 소재로 30*30. 50*50등 크기가 다양하며, 한 개당 500원~1천원 선이다. 방수시트와 배수판은 모두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다. 다음은 추천가게다. www.15776161.com,
www.62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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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흙 채우기
해가 잘 드는 위치에 배수판 설치를 완료했다면 그다음은 흙을 채워 넣는 단계다. 이 때 배수판 위에 부직포를 깔아두면, 흙이 유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옥상텃밭에는 하중을 고려해 무게가 가벼운 인공토양이 주로 사용된다. 인공토양은 종류도 다양하고 효과도 제각각인 편인데, 건국대학교 산림과학과에 따르면 텃밭에는 '바이오그로콤포스트'라는 토양이 가장 적당하다. 인공토양의 경우 보습력은 좋지만 영양분이 없는데 이 인공토양의 경우는 자연토양이 적당히 섞여 있어 텃밭에 적당하다는 것.
 
하지만 비싼 영양토양을 구입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하중이 허락되는 범위에서 자연토양을 그냥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인공토양을 소량 구입해서 자연토양과 섞어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일반 가정 텃밭에 추천하는 토양레시피는 '마사토'나 '펄라이트' 등 배수가 뛰어난 인공토양을 10cm정도 깔고 그 위에 20cm 정도 자연토양을 부어주면 된다.
 

(3)작물 심기
▲ 금강병원 텃밭에는 흙의 높이를 고려한 뿌리가 짧고 생명력이 강한 작물이 주로 재배된다. 텃밭 외에 명상실이나 벤치 등 부가 시설물을 함께 설치하는 것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금강병원에 심어져 있는 작물은 보통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종류다. 이태권 씨는 "옥상텃밭의 경우 직장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만큼 오래 돌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쉽게 잘 자라고, 하중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가벼운 식물이 좋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작물은 상추와 파 고추 등이다. 상추는 11월까지 3모작이 가능하고 손도 많이 타지 않는 반면 수요도 많아서 텃밭 작물로는 더할나위 없다. 또 방울토마토나 시금치 등도 심어 놓으면 혼자 자라는 작물로 제철에 따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4)마무리
옥상은 구조상 지상보다 바람이 강하게 분다. 작물이 날아가거나 자라다가 중도에 꺾일 확률이 높다는 뜻.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 벽돌이나 돌을 준비해서 식물의 세로 크기 만큼 보호벽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 또 종이 다른 작물끼리 경쟁이 붙지 않도록 밭고랑 등을 만들어 경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 공간이 모자랄 경우에는 스티로폼이나 고무 통을 이용해 임시 밭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ip. 옥상텃밭의 역사 ───────
19세기 독일인들 장마 대비해 지붕에 쌓아둔 흙에 풀씨가 날아들어 옥상정원

▲ 부원동 부원프라자 옥상정원.
옥상 녹화의 역사는 19세기 독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인들이 장마 피해를 막기 위해 지붕에 흙을 쌓아뒀는데 여기에 풀씨가 날아들어 자란 것. 이후 독일인들이게 옥상정원이나 텃밭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최근 들어 뉴욕 건설회사들도 기후변화나 식물위기 등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건물 옥상에 텃밭 공간을 조성한 뒤 시민들에게 분양하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옥상을 텃밭으로 가꿀 경우 일부지역에선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건물 준공 허가 기준에 조경공간이 포함되면서, 옥상 녹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해에서는 금강병원이 가장 오래된 옥상텃밭을 자랑한다.


사진=김병찬 기자 palm@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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