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달라이 라마·빅터 첸, 류시화 번역/오래된미래

20대가 시작되었을 즈음 나는 수줍음을 많이 탔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몇몇 지기들이 있었으나, 왁자지껄한 그저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무료한 시간들이 있었고, 그 시간을 독서로 채우곤 했다.
 
그러다 도서관 사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졌다. 직업의 특성상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인간관계는 삐걱거렸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분노의 소용돌이로 인해 마음은 자주 편치 않았다. 그때 달라이 라마와 그의 친구 빅터 첸이 쓴 <용서>라는 책을 만났다. 사실 당시에는 용서라는 단어를 마뜩잖아 했던 터라 큰 기대 없이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책에서 용서는 단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을 뜻한다. 달라이 라마는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생 수행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나 이를 수 있는 경지를 어찌 일반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을까.
 
달라이 라마는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마음, 나의 시선, 나의 평화에만 집중하다 보면 우리의 마음은 매우 좁은 공간만을 차지하게 돼 작은 문제조차 크게 보게 되는데, 타인을 염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순간 마음은 자연히 넓어지고, 자신의 문제에 대한 용서가 시작돼 평화가 깃든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얻은 보석은 결국 '이타심'이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나의 도덕성만 지키고 살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좁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난해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갔다가 복잡한 도로 사정 때문에 자동차 접촉사고가 났다. 예식을 끝내고 피로연장으로 가던 도중 다른 차가 내 자동차의 뒷모서리에 상처를 냈던 것이다. 경황이 없어 보이는 신혼부부여서 그들의 실수를 이해했다. 신혼여행을 다녀 온 부부가 감사의 전화를 걸어 왔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저한테 받은 대로 해 주세요"라는 말로 덕담을 했다. 이런 마음의 여유와 평화는 <용서>라는 책에서 온 것이었다. 용서와 행복은 같은 선상에 있는 아리아란 사실을 깨우쳐 준 책, <용서>를 권한다.


김해뉴스

성혜경
김해도서관 문헌정보과 기획팀 사서
▶경남 울산 출신. 김해가야고등학교·동의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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