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던 A 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 속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요. 아침에 눈을 뜨고 거울을 보면 마음속의 누군가가 '야, 너 왜 인생을 이렇게 사냐. 참 한심하기는…'하는 목소리가 들려요. 제가 뭔가를 잘 해도 '그 정도로 되겠어? 더 잘 해야지'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려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옳기도 한 것 같고, 제가 저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A 씨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진짜'라고 믿어지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의 내면의 목소리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반면, 다른 사람의 내면의 목소리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입니다.
 
여러분들은 실수를 하거나 실패를 경험할 때 어떤 목소리를 듣나요. '어이구, 정말 넌 구제불능이다. 이것밖에 안되는 존재냐'라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더 노력해. 될 때까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라고 채찍질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아니면 "괜찮아, 실수나 실패는 다 지나가는 시간이야.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어"라는 격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간혹 그 목소리가 말하는 대로 '나'라는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그 목소리는 양심의 소리도 아니고 진실도 아닙니다. 부모가, 혹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목소리를 너무 오랫동안 듣는 바람에 마음 속에 길이 들어 스스로 되풀이하는 데 불과한 생각들일 뿐입니다.
 
내면의 목소리가 흠을 많이 잡으면 잡을수록 마음은 우울해지고,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게 되고, 쫓기듯 살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내면의 목소리가 나를 몰아붙이는 느낌이 든다면, 지금부터는 그 목소리에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의심 없이 믿어온 그 목소리에 반론을 제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반박을 해야 합니다. '난 구제불능이 아니야. 지금도 잘 하고 있잖아.' '항상 열심히 할 수만은 없잖아. 때로는 쉬는 시간, 나 자신을 위한 시간도 필요한 거야.'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우리는 참 오랫동안 반성과 질책만 들었을 뿐 격려와 지지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반성의 일기를 쓰며 자랐고, 잘못을 서로 지적하며, 그것이 서로를 성장시킨다고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서로를 성장시킬수 있는 힘은 잘 했을 때 격려와 지지를 해 주는데서 나옵니다. 잘못은 스스로 깨달을 때 가장 아프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 교훈이 됩니다. 상대의 지적을 받게 되면 깨닫기 전에 반발과 방어를 하게 됩니다. 어린 자녀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부모가 지적을 하면 그 말이 사실이라도 와 닿지 않습니다. 오히려 변명을 하고 싶어집니다.
 
시험성적이 엉망인 아이의 걱정은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성적을 받을까'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 늘 혼이 나는 아이는 '어떻게 하면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고 야단을 덜 맞을까'를 고민합니다. 예상대로 혼이 나면 자신의 엉망인 성적에 대해 책임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혼을 냄으로써 그 아이에게 더 나아지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버리게 됩니다. 더불어 그 아이에게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능력없는 사람'이라는 내면의 메시지 하나를 주게 됩니다.
 
이렇게 모인 내면의 메시지는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를 따라다니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갑니다. 지금이라도 그런 목소리가 들리면 강하게 반발해 봅시다.
 
'아니야, 나는 지금 잘 하고 있어. 더 이상 그런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을 거야. 지난 시간을 반성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기대해 볼 거야.'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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