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아구수육과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
도축장서 직접 가져온 재료 전통방식 세척
압력솥에 넣어 미리 삶아 기름기·잡내 제거
채소와 어우러진 전골 시원·칼칼 국물 일품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밑반찬 만들어
계절마다 메뉴 조금씩 변화 독특
“음식 정갈함의 비결은 정성” 사장 자부심 가득

솜사탕처럼 사르르 ‘아구 수육’도 별미
13년 단골 신 시인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덜컹거리는 흙길을 온 몸으로 느끼며 대동 암막에 위치한 곱창전골집 '일미돌곱창'을 향해 갔다. '일미돌곱창'은 이용준(61)씨와 그의 아내 이명숙(60)씨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기자를 초대한 이는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전 교수인 신진(67) 시인이었다.

신진 시인은 대동과 가락 사이에 터를 잡고 30여 년을 살았다고 한다. "대동은 정말 살기 좋은 곳입니다. 땅이 넓어 시야가 시원하고, 동네가 조용해요. 앞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동네를 감싸 안고 있죠. 산 중턱의 초록지붕 집이 바로 제 보금자리입니다.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집이지요."

낙동강 강둑을 등지고 서니 '일미돌곱창' 집이 보였다. 강 너머는 부산 화명동이다. 식당에서 부산김해경전철 강서구청역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대동화명대교가 나온다.

신 시인은 13년 째 '일미돌곱창' 집을 찾고 있는 단골이다. 그는 "원래 소박하고 서민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동에 터를 잡고 여러 식당들을 순례하던 중 이곳 '일미돌곱창'집을 알게 됐다. 특히 저렴한 가격과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사장 내외의 친절한 마음 씀씀이는 더더욱 좋았다"라고, 단골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교직에 있을 때는 대학원생들과도 자주 들렀다. "이 집을 추천했을 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어요. 내 입맛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입맛도 사로잡은 집입니다. 13년을 들락날락 해도 질리지가 않아요."

▲ 일미돌곱창 식당 전경

방 안으로 들어서니 반찬들이 일렬종대로 기자를 맞이했다. 이날 식탁 위에는 송이버섯 나물, 도라지무침, 해초 샐러드, 동치미 등이 반찬으로 올랐다. 밑반찬은 그때그때 메뉴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했다. 제철마다 식재료가 다르고 하나하나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사장 이용준 씨는 "우리 집 음식이 정갈한 이유는 정성이 깃들기 때문"이라고,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로 이 곳의 음식들은 모두 이 씨 부부의 노력과 정성을 반영하고 있다. 모든 밑반찬의 재료는 직접 농사를 지어 재배한 것들이다. 심지어 쌀농사도 직접 한다. 5~6월 즈음에는 산딸기 농사를 지어 늦봄 자연의 맛을 선물하기도 한다.

양곱창 또한 도축장에서 직접 엄격하게 선별해 구입한 뒤 전통 방식 그대로 밀가루를 이용해 세척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곱창의 크기와 곱을 넉넉히 품은 곱창의 모습이 흔한 체인점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곱창에서는 비리거나 한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 비결은 특별한  조리법에 있었다. 부부는 손님상에 올리기 전에 곱창을 압력솥에서 약 20분간 미리 삶는다. 그러면 곱창에서 기름기와 잡내가 빠져나가는데, 이 곱창을 전골 속으로 투척한다. 미리 삶긴 곱창은 톡하고 터질 듯한 탱탱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물을 머금은 곱창의 식감은 부드럽고 진득하면서도 고소하다.

재료도 아낌없이 정직하게 내어놓는다. "이 집에서 한 번 맛을 보면 다른 집은 절대 못 가요. 어떤 곳에서는  곱창을 한 번 건지려면 한참 냄비를 수저로 휘저어야 하는데 이 집은 눈이 어두운 우리 나이 대 사람들이라도 해도 쉽게 곱창을 건질 수 있죠." 신 시인은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맛을 자랑했다.

신 시인은 말을 이어갔다. "이 곳은 이제는 입소문을 타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사장 내외의 아들이 장가를 가고 난 뒤 아들의 방을 넓혀 좌석을 더 만들었을 정도죠. 이 곳은 부산 영도에서도 찾아오는 진정한 맛 집입니다."

'일미돌곱창'의 곱창전골은 매운탕을 연상시켰다. 갖은 채소와 두부, 곱창이 한데 어우러져 주홍빛 국물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올랐다. 국물 맛은 짜지 않았고 시원하면서 칼칼했다.

이날 신 시인은 아구 수육을 함께 추천했다. 아구 수육은 또 다른 일미였다. 솜사탕처럼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았고, 살이 많았다.

"이 곳에서 장사를 한 지가 23년째입니다. 원래는 부산 구포에서 사업을 하다 1993년에 대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물건 납품 창고로 쓰기 위해 식당 하던 집을 얻었는데 어찌하다 직접 식당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장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부부는 만덕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한 곱창집 할머니에게서 손맛을 전수 받아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하루 삼시 세끼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있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 신진 시인이 환하게 웃으며 곱창전골을 권하고 있다.

신 시인은 전골의 맛을 음미하면서 "고등학생 때까진 소설을 썼다. 대학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퇴직한 동창이 있는데 그 친구가 하루는 '시를 못 쓰는 게 글쟁이냐!'라고 도발을 하더라. 그래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고3 때 나는 전원문학회의 중심 멤버로서 몇 차례 문학의 밤을 개최했던 나름 잘나가던 문학청년이었다. 자존심이 상해 그 이후로 시를 계속 썼다. 그 친구가 마침내 인정을 하게 되었고, 그 시가 바로 데뷔작이 되었다"라고 문학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부산 출신으로 동아대학교 국문과,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고, 1992년에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그는 1974년에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당선작은 '유혹'. 그리고 문경여고, 부산진고, 동래여고 등에서 1980년까지 교직생활을 했다. 이후 동아대학교에서 1995년까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지냈고, 1999~2000년에 동아대학교 인문대학장과 동 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신 시인은  시인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민족문학작가회의 창립회원이며, 부산시인협회 부회장, 시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시집 <멀리뛰기>, <풍경에서 순간으로>, <미련> 등 7권을 발간했고, 부산시협상, 시문학상, 봉생문화상, 제8회 낙동강문학상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곱창전골에 소주가 빠질 수 있나요?" 신 시인은 문인답게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술과 곱창전골을 번갈아 마시고 들었다. 술과 곱창전골 그리고 문학은 제대로 어울리는 삼합이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일미돌곱창/대동면 동남로 59. 055-335-7323. 돌곱창전골 1인분 7천 원, 양곱창전골 1인분 8천 원, 오리탕 2만 8천 원, 오리불고기 3만 원.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