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민에게 고함>

J.G.피히테·범우사·258쪽

한 권의 책이 사람의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40년 전 산골의 조그마한 고등학교를 다녔던 필자가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것도 한 권의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모두가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았다. 학교에는 도서관이 없었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상황이 아니었다. 교사들이 가지고 있던 책들을 모아서 교장실 앞 복도에 비치해 놓고 대출을 해 주곤 했다. 그때 우연히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책을 읽었다. '교육의 힘이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 책 덕분에 사범대학에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후 교직에 발을 들여 지금까지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독일 국민에게 고함>은 독일(당시는 프로이센)이 프랑스 나폴레옹에게 점령당했던 암울한 시절인 1807년 말~1808년 초에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가 14회에 걸쳐 베를린학사원에서 실시했던 대국민 강연을 담은 책이다. 당시의 강연은 많은 독일 국민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피히테가 진단한 독일 패망의 근본 원인은 '도덕적 파멸'이었다.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교육의 재건이 필수적이며, '국민 교육'만이 독일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교직생활 35년 동안 '교육의 힘을 믿고 교육을 한 결과는 어떠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만족스럽다'는 대답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많은 사건들을 보면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학교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을 시켜도 학교에서 가르친 대로 사회가 흘러가지 않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암매장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과연 이 나라에 미래가 있는가'라는 걱정도 하게 된다.

젊은 교사 시절에는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뒤돌아볼 틈도 없이 지식 교육에만 치중해 왔다는 반성을 많이 한다. 관리자가 되고 나서야 지식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먼저 사람이 되는 교육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인성교육'에 비중을 더 두는 방향으로 학교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공교육만으로 모든 걸 다 이룰 수는 없는 시대다. 그래도 여전히 학교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교육자의 길을 가고 있는 많은 교사들이 있기에 나라를 지탱할 수 있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주어진 길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가고자 한다.



김해뉴스
▶김대수 삼문고 교장/경상대 사범대 졸업, 학교컨설팅연구회 회원, 경남중등수학교과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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