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돌>

강제숙 글
오치근 그림
도토리숲·54쪽


합천 정착한 1천㎏ ‘평화의 돌’
한미일 반전운동가들의 수송기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한 오백 살쯤 먹으면 우리 마을과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을까.

요즘 책을 읽다가 알게 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닷물에서 잘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가 가난한 바닷가 마을을 살린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평화의 돌'이다. 함께 걸으며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국제반전단체인 '스톤워크' 사람들의 이야기다. 오래 전부터 같은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모르고 살다가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 이야기들이다. '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부끄러움과 책으로나마 알게 된 데 따른 다행스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우리 반 아이들과 헤어질 날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읽어줄 책을 고민하다가 <평화의 돌>을 선택했다. '평화의 돌'이 미국,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오게 된 과정을 다루면서 평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그림책이다. 1천㎏이나 되는 추모비를 수레에 싣고 일본·미국·한국의 평화반전활동가들이 함께 걸으며 평화의 씨앗을 세상 각지에 뿌렸던 이야기다.

이 책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그림책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기록그림책이다. 열 살이 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내용이 무겁고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알림장처럼 꼭 전해 주고 싶은 평화 이야기라서 이 책을 골랐다.

"나는 평화의 돌이야.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지. '전쟁 피해자를 추모하는 비석'이라는 진짜 이름이 있지만, 평화의 돌로 불리는 게 더 좋아. 난 지금 가야산 기슭에 있는 합천에 있어. 작은 산 속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 작은 뜰에. 나는 아주 먼 곳에서 왔어. 내가 어떻게 합천에 왔는지, 나를 데리고 온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야기해 줄게."

지난 가을 책잔치에서 그림작가 오치근과 그의 그림책을 만난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은 <평화의 돌>의 어려운 내용을 쉽고 친숙한 그림으로 잘 소화하고 이해했다. 책을 다 읽고 난 아이들은 짧게 한마디씩 종이에 적어 칠판에 붙였다. '전쟁은 너무 ㅠㅠ  노노~' '평화를 더 가지면 좋겠다.' '나도 스톤워크에서 걷고 싶다.' '스톤워크를 알게 되어서 좋다.' '전쟁은 싫어 평화를 지키자.'

'스톤워크 코리아'와 함께 활동한 일본 사람들이 보내 온 평화 메시지 중에 이런 게 있다. '어째서, 라는 질문을 항상 할 것, 국가가 아니라 사람을 바라볼 것, 손님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것, 어른이 되어서도 배울 게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 만남은 사람을 성장시켜 준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시바타 도모코.'

우리가 사는 마을, 지구 곳곳이 시바타 씨의 글처럼 됐으면 좋겠다. 국가가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기, 함께하기, 어른이 되어서도 배우기, 그리고 '어째서'라고 질문하기. 이것을 열 살 우리 반 아이들의 마음에 씨앗처럼 뿌려 주고 싶어 <평화의 돌>을 낑낑대며 함께 읽었다.

'평화의 돌'은 다시 꿈꾸고 있다. 곧 베트남으로 건너가 사죄와 우호를 위해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고 한다. <평화의 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공기와 같이 소중한 오늘과 내일의 평화를 알게 된다.


김해뉴스
조은영 구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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