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물 흐르는 소리에 악기가 토해내는 선율이 섞여 흐른다. 한 곡의 아리아가 되어 귓속 언저리에 자리 잡고는 흥을 부른다. 사람들은 각자 음악을 흡수하는 저마다의 방법이 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박자에 맞춰 발가락을 까닥이는 이도 있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이도 있다. 주촌면 양동리에서 자연의 소리에 선율을 흘려보내며 저마다의 소리를 각자의 방식으로 흡수하는 이들이 있어 찾아갔다.

▲ 투투브라더스 음악실 전경
‘마음짝 계곡’ 별장 안쪽에 연습실
매주 화요일 저녁에 만나 맹연습

2008년 창단 이후 한마음으로 똘똘
50년 가까운 교우관계 굳게 다지고
사회봉사 위한 나눔 실천에도 앞장

멤버들 각자 배우고 싶은 악기 선택
가곡·트로트 등 수십 곡 합주 실력 키워
창단 1주년 땐 앞마당서 기념 공연
2014·2015년엔 문화의전당서 열연


양동리 방면 35번 버스의 종점에서 또 한 번 기를 끌어모아 언덕을 올라갔다. 어느덧 작은 폭포를 끼고 고즈넉한 별장이 한 채 서 있었다, 폭포를 따라 흐르는 얇은 계곡의 이름은 '마음짝 계곡'이다. 별장 안으로 들어가 잘 다듬어진 돌길을 따라 내려가니 컨테이너를 활용한 약 15평 남짓의 공간이 나왔다. '투투브라더스음악실'이었다.

연습실 안은 보일러 열선 덕에 온기가 피어올랐고, 방음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취사시설과 화장실도 있었다. 내부에는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앰프, 마이크 등의 음악장비들이 합주를 기다리며 각기 알맞은 구도로 서 있었다. 구색을 갖춘 악기들은 연주하는 사람 없이도 스스로가 몸을 부르르 떨어 소리를 낼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투투브라더스'는 장유중학교 22기 동기생 6명이 모여 결성한 밴드다. 2008년 창단된 '투투브라더스'는 김동배(60) 단장을 중심으로, 최덕호, 목창수, 서현도, 박문규, 김성수씨가 활동하고 있다. 단원들은 동진폴리머 대표이사, 아트라스 밧데리 대표, 대금 무형문화재 이수자, 동광택시 대표 등 각자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회인들이다. 김동배씨는 "밴드를 결성할 계획은 10년 전부터 있었다. 다들 회사생활이 바쁘다 보니 악기구입이며, 공간선정 문제를 두고 고민만 하다 무산되는 듯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박차를 가해 2년 후인 2008년에 본격적으로 결성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 공간에 손수 방음벽을 설치하고, 음향시설을 채워 넣어서 연습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투투브라더스 단원들이 합동연주를 하고 있다.

창단 이래 단원교체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50년 가까이 교우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은 밴드결성의 목적은 딱 두 가지라고 밝혔다. 첫째는 우애를 돈독하게 다지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었고, 다음은 사회봉사였다.

단원들은 각자 맡은 포지션이 있다. 김동배-섹소폰, 최덕호-드럼, 목창수-키보드, 서현도 박문규- 일렉기타, 김성수-베이스, 목창수 씨의 말이다.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때는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는 문외한들이었습니다. 각자 배우고 싶은 악기를 선택하고, 차근차근 실력을 다져 왔죠. 초기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연습실 앞마당에서 지인들을 초대해 창단 1주년 기념 공연을 열어 6~7곡을 관객들 앞에서 연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년 간은 주 2회 연습시간을 가졌으나 그 후 현재까지는 주 1회 매주 화요일 오후 7~11시까지 연습을 한다고 한다. '투투브라더스'는 주촌초등학교 어버이날 행사를 기념해 초대공연을 2회 가졌고, 김해 동부노인회관에서도 사회봉사 차원의 무료공연을 펼친 바 있다. 또한 김해문화의전당에서 2014, 2015년 두 차례 누리홀과 마루홀에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현재는 약 20~30곡의 가곡, 트로트 곡을 중심으로 합주를 펼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

▲ 투투브라더스 음악실 옆의 별장.
최덕호씨는 불현 듯 "이젠 뭐 원수들이죠.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문제입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얼른 그 농담을 낚아채듯 목창수씨가 말을 이었다. "우리 밴드에는 '탈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입니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맘대로 죽지도 못한다는 말을 해요. 그만큼 단단한 인연의 연결고리로 이루어진 팀이죠. 게다가 이제는 팀에 대한 책임감까지 더불어 무거워 졌습니다." 워낙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내력이 있어서인지 그들 사이에서는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한 마디 한 마디 오고가는 말 속에서도 만담의 익살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제 대화 소리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신나게 연주 한 판 벌여 볼까요." 김 단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단원들에게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을 보냈다. 단원들은 각자의 악기 앞으로 가 목소리를 가다듬듯 첫 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첫 선곡은 '젊은 미소'였다. 태풍의 회오리가 갑작스레 눈앞에 펼쳐지듯 경쾌하고 흥겨운 전주의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연주는 음악실 안 곳곳을 휘젓고 다니며 그들의 손가락사이, 머리카락 사이, 귓속을 굽실굽실 넘어 세포 하나하나에 음표를 새겨 넣고 있었다. 흥에 겨운 나머지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고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 연주가 폭풍처럼 휩쓸고 간 자리엔 아쉬움이 널브러져 있었다. 음악실 바닥에 맥없이 누워있는 아쉬움을 달래 일으키듯 곧이어 두 번째 곡 '고래사냥'이 연주 되었다. 또 다시 창문 너머에서 들리는 계곡 물 흐르는 소리와의 합주가 시작 되었다. 흐르는 것이 물인지, 세월인지 그 무엇도 아닌 지금 들리는 음악인지, 선율에 도취되어버린 정신은 혼미해 질 지경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여운이 다시 맥없이 바닥에 누워버린 아쉬움 위로 포개져 더욱 무겁게 아쉬움을 짓눌렀다.

이날 연주에는 아쉽게도 단원 전체가 참여하지는 못했다. 일렉기타를 담당하는 서현도씨는 회사 일정이 바빠 참석하지 못 했고, 베이스를 담당하는 김성수씨는 업무차 태국에 출장을 나갔다고 했다. 연습 날이 아닌 요일에 취재차 방문을 한 탓 인 듯 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화요일 연습 날은 거의 빠지는 사람 없이 단합이 잘 된다고 한다. 대신 이날 김해예총의 김성훈 수석부지회장이 함께했다. 그는 '투투브라더스'와 2년 전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고 한다. 김 단장은 "김성훈 선생님은 2년 전부터 저희와 같이 연주도 하고 레슨도 병행 해 주고 있다. 음악전공자가 아닌 우리 단원들은 계속해서 배움의 자세로 연습을 하고 있다. 현재 초청공연을 다니긴 하지만 언제나 취미활동을 넘어 듣기 좋은 악기 소리와 합주실력이 발현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투투브라더스 음악실 인근 별장과 마음짝 계곡.

김 단장은 마지막으로 "사회 곳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6명의 친구들이 모여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를 다룬다. 사회가 잘 돌아가기 위한 필요 요소 중에는 사람들 간의 화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같이 낮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와 화합을 하고, 밤에는 각자의 악기로 소리를 내어 합주를 펼치는 일은 인생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일이라서 굉장히 값지다. 언제까지가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계속 우리의 아지트이자 음악공간에서 함께 실력을 키워 더욱 많은 곳에서 우리의 찰떡궁합의 합주를 들려주고자 한다"라고 중후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투투브라더스 장유중학교 22회 동기생 모임 '둘둘회'의 회원 6명이 2008년 결성.주촌면 양동리 50-4(서부로 1295번길 146)에 음악실 마련. 2009년 음악실 앞마당서 창단 1주년 기념공연. 2014년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2015년 마루홀 공연. 주촌초등학교 어버이날 행사 2회, 김해동부노인회관 초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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