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가들은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 무역수지를 흑자로 만들고 싶어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설치한다. 여기에는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이 있다.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주된 목적은 수입 상품에 세금을 매겨 비싸진 수입 상품이 잘 팔리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반면 비관세장벽은 수입을 억제하기 위한 관세를 제외한 모든 수단을 말한다. 그 종류가 다양하고 너무 복잡해 '비관세장벽을 없애는 것은 다이너마이트로 안개를 없애려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비관세장벽으로는 수입량 제한, 까다로운 통관 심사와 위생검역, 기술규정과 표준 변경, 자국 제품에 대한 차별적 보조금 지급 및 금융지원 등이 있다. 수출국이 자율적으로 수출을 규제하도록 요구하는 신사협정도 있다. 겉으로는 상대국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더 큰 무역 보복이 기다린다는 뜻에서 '양의 탈을 쓴 이리'라고도 부른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원칙적으로 비관세장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들은 어떤 명목을 내세워서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비관세장벽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자유무역협정(FTA)을 정식 발효시켰다. 양국이 원칙적으로 관세를 낮추고 자유무역을 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연간 수출액 가운데 25%를 차지하는 제1의 무역 상대국이다. 

최근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에는 -6.8%, 12월에는 -16.5%, 올해 1월에는 -21.6%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주된 원인이기도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산 제품 수입에 비관세장벽을 설치한 원인도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 신고된 비관세장벽은 12개 국에 총 141건이다. 이 가운데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3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항구마다 수입 통관의 일관성도 없다. 유통기한을 다투는 아이스크림은 성분을 문제 삼아 통관을 지연시킨다. 가공식품의 경우 FTA협정에 따라 48시간 이내에 통관을 해 줘야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하루 이틀 붙잡아 둔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수천억 원을 투자해 난징과 시안에 각각 대규모 전기버스용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은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대당 약 1억 8천200만 원의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갑자기 자국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LFP)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한국기업의 삼원계 배터리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잠정 발표했다. 삼원계 방식의 발화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불이 잘 붙을 수 있다는 안전상의 이유를 내세웠다.

공교롭게도 중국 정부의 발표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발언을 한 다음날이었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이 사드배치로 인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한중국대사는 "한·중관계 파탄" 발언을 내뱉었다. 이를 보면 그 인과성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이는 기술분야에서 갑작스러운 규제나 인증을 도입해 상대국 기업의 수출을 막는 기술무역장벽이다. WTO와 한·중 FTA 규정을 무시한 처사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사드가 본격 배치되면 중국은 이를 빌미로 관광 제한, 한류드라마 상영시간 제한 등 신종 비관세장벽을 들고 나올 수 있다. 2000년에 중국산 마늘 수입관세를 올렸다가 한국산 휴대폰 수입 전면금지로 맞섰던 중국이다. 3월로 예정된 한·중 통상장관 비관세장벽 협의에서 철저하고 지혜로운 대응책이 요구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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