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
진융
김영사
총8권

무협, 공상과학(SF), 로맨스. 이런 장르소설들은 그 가치를 조금 낮춰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장르소설들의 매력에 빠져 밤을 한 번 안 세워 본 청춘이 어디 있으랴!
 
젊은 시절에 크게 영향을 끼친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추천해 보라고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중국의 소설가 진융(김용)이 쓴 <사조영웅전>을 꼽는다.
 
<사조영웅전>을 처음 접한 건 수능시험을 코 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모의고사를 치고 난 뒤 부모님을 만나러 잠시 고향집에 들렀을 때, 책장에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힐 요량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한 권 꺼내들었다. 그게 <사조영웅전>이었다.
 
처음엔 그저 몇 쪽 읽다 말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권의 끝장을 넘길 때까지 수업시간을 제외하고는 1주일 동안 깨어 있는 시간을 통째로 책에 쏟아 붓고 말았다. 고3생의 달콤한 현실도피라 하기엔 너무 출혈이 큰 시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폭풍, 그 마력이 주는 즐거움에서 벗어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친구들은 <사조영웅전>에 빠진 나를 걱정하기도 했다. 어떤 친구들은 '사치스런 여유'라며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 다시 생각해 봐도 <사조영웅전>을 읽은 건 인생에 있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수능 점수 몇 점보다 더 중요한 인생관을 세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사조영웅전>은 장편 대하소설이다. 역사적 배경과 장소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니다. 작가의 머릿속 상상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곽정, 황용, 홍칠공, 왕중양 등 수많은 영웅들을 만났다. 이들은 대의를 자신들의 인생 목표로 설정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대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내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등대와 같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큰 꿈을 품고 나아가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줬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다시 읽어보곤 한다. 내 인생 최고의 보물인 셈이다.
 
<사조영웅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거지 개방의 방주 홍칠공이다. 가진 것 없이 중원을 떠돌아다니지만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돈은 없지만, 자신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그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홍칠공의 삶에서 봉사를 배웠고, 지금 열심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넉넉하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월급의 10분의 1을 나보다 더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한 권의 책이 준 감동과 깨달음 때문이다.
 
<사조영웅전>. 독자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영웅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나름의 바람직한 인생철학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선택의 길에 섰을 때, 나침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봄으로써 옳은 길을 가고자 노력하게 될 것이다.


김해뉴스


▶박현성/경남 산청 출생. 진주교육대학교 졸업. 김해신안초 교사. 올해의 과학교사상, 선플지도자 대상, 교육기부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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