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다 알고 있는데 얕은 수단으로 속이려 한다'는 뜻이다. 최근 도시철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둘러싸고 민홍철(더불어민주당·김해갑) 의원을 비롯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인 행태가 딱 이 꼴이다.

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용은 이렇다. '정부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건설한 도시철도로 인한 지방지치단체의 재정상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민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자마자 신속하게 '부산김해경전철 정부 지원 받는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해당 지자체에 대해 예산 지원을 포함해 사업 재구조화 등 적자 해소 방안 등을 위한 각종 지원을 가능케 한다. 김해시 재정에 정부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돼 김해시 재정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중략) 부산김해경전철 사업에 대한 정부의 사업 재구조화 권고 등 행정적 지원과 재정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김해 시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게 되어 보람이 있다.'

기자는 이 보도자료를 읽으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자가 사전에 검토한 도시철도법 개정안에는 '재정 지원'이라는 말이 단 한마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난달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2차회의 회의록을 확인했다.

회의록에 담긴 내용은 민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당초의 개정안에는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정부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막판에는 이 부분이 빠져버렸던 것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회의록에서 "재정 지원은 어렵다. 예산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지자체가 사업 재구조화를 하면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못 박았다. '행정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의 차이점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도 '재정 지원'과 '행정 지원'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전해철 소위 위원장은 "행정적 지원, 이렇게 해 버리면 법안 발의 내용이 너무 달라진다"고 말했다. 민 의원도 알고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는 심지어 "행정적 지원은 어찌 보면 오히려 지자체에 대한 규제가 될 수도 있다. 때로는 간섭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 지원'이 오히려 김해시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굳이 '재정 지원'이라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우겼지만, 끝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뜻을 꺾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빛 좋은 개살구'나 '고치나 마나 한 법'이 돼 버렸다. 김해시도 실망스러워 했다.

그런데도 민 의원은 김해시민들에게 "김해시 재정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왜 그랬을까? 다가오는 선거 때문에?

민 의원은 최근 김해시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자세를 강조했다. 이는 '믿음이 없으면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민 의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신불립'의 뜻은 과연 무엇인가.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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