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줄 걸 그랬어>
존 무스
담푸스출판
48쪽

동양고전에 뿌리 둔 이야기 셋
팬더곰이 들려주는 불교·도교

합천 나무실 마을의 서정홍 시인은 바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죄라고 말합니다. "바쁘게 살면 자기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는데 부모 형제 친구를 어찌 돌보겠어요"라고 합니다. 가슴에 콕 박히는 귀한 말을 듣고 바쁜 죄를 짓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둘레 일이 몸과 마음의 고삐를 놓아버린 소처럼 어딘가로 줄곧 내달리게만 합니다.
 
존 무스의 선(禪 )이야기 <달을 줄 걸 그랬어>를 만났습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을 각색하여 쓴 <세 가지 질문>에 이어 동양의 고전에 뿌리를 둔 세 가지 이야기를 무스는 특유의 맑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수채화로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평심(stillwater·고요한 물)이라는 이름의 팬더가 등장합니다. 중국을 상징하는 팬더가 일본식 의상을 입고 불교와 도교 이야기를 하는 게 독특하고 끌리는 구석이 많았습니다. 평심은 애디, 마이클, 칼이 일 때문에 찾아올 때마다 차례 차례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라이 아저씨와 달', '무거운 짐' 이야기는 수백 년간 전해 내려오는 선불교 문학에서 고른 것입니다. '농부의 행운'은 수천 년 역사를 지닌 도교 사상에 뿌리를 둔 '새옹지마'라는 고사입니다.
 
애디가 평심을 찾았을 때 평심은 라이 아저씨가 보내주신 생일선물 텐트 안에서 애디와 이야기를 합니다. 평심과 애디는 작은 텐트 안에서 밀착해 집약된 시간과 대화를 누립니다. '라이 아저씨와 달'은 언덕 위에 사는 가난한 라이 아저씨 이야기입니다. 집에 도둑이 들어와 마주치자 라이 아저씨는 도둑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늘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라이 아저씨. 놀라 도망치려는 도둑에게조차 들려 줄 선물을 찾다가 낡고 해진, 하나뿐인 가운을 벗어 줍니다.
 
"아저씨는 가만히 앉아 달을 바라보셨대. 은색 달빛이 산 위로 쏟아지면서 온 세상을 고요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었지. 아저씨는 안타까워하셨어." "이런, 고작 다 해진 옷을 들려 보내다니. 이 아름다운 달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해서 그림책의 제목이 탄생하였습니다. 무한한 나눔의 삶과 지혜의 직관을 익히고 싶은 대목입니다.
 
다음날 마이클이 평심을 찾아갔을 때, 평심은 커다란 나무 위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옹지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글쎄요"로 이어지는 농부의 행·불행에서 마이클은 우리가 시시때때 겪는 일을 놓고 성급히 '좋다, 나쁘다' 단정지을 필요가 없음에 공감합니다.
 
이 책에 실린 '선 이야기'들은 짧은 명상이자, 천천히 풀어나가야 할 생각, 직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날카롭게 다듬는 도구로 쓰입니다. 특정한 목적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습관, 우리가 바라는 소원, 우리가 늘 하는 생각, 우리의 두려움을 재점검하도록 우리에게 자극을 줄 때가 많을 거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서양인이 동양의 이야기를 쓰고 그린 그림책이 바쁜 삶을 돌아보게 하고 평심을 찾게 합니다. 존 무스의 그림책을 더 구해서 우리 반 아이들과 읽어보아야겠습니다.

김해뉴스

조은영 구봉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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