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0회 이상 씹고 또 씹고
앞니·좌·우 어금니 골고루 사용
밥·면·채소 등 탄수화물 더 꼭꼭

어릴 적부터 식사 때마다 매번 듣는 소리가 있는데 '천천히 먹어라', '꼭꼭 씹어 먹어라', '골고루 먹어라' 하는 것입니다. 사실 맛있고 영양 많고 위생적인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씹는 방법이고 올바른 저작 습관입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많이 씹어라' 입니다. 식사 때는 최소 20회 이상 씹어야합니다. 많이 씹을수록 식사시간이 늘어나고 포만감이 들기 때문에, 음식섭취량이 줄게 되고, 소화기능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비만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잘 씹는 저작운동은 뇌로 가는 피의 양을 늘려줘  학습, 기억의 중요한 부위인 전전두엽과 해마의 혈중 산소 농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엔 의식적으로 세어가면서 씹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많이 씹으면 식사시간은 20분 정도 늘어날 것입니다.
 

둘째, '골고루 씹어라' 입니다. 인간의 치아구조를 살펴보면, 앞니로 물고, 송곳니로 찢고, 어금니로 씹는 데 적합한 모양으로 되어있습니다. 조리도구가 발달되기 전에 인류는 각각의 치아를 골고루 사용하였습니다. 치아의 발달 과정을 살펴봐도 앞니부터 나와 빨고 물고하는 것에서부터 인간의 식생활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요즘의 요리는 가공이 잘 되어 있어서 주로 어금니만 이용하여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부정교합 같은 턱관절 장애가 많이 생깁니다.     
 
음식을 먹을 때 앞니부터 어금니까지 전체 치아를 고루 사용하면 턱관절 및 그 주위 근육이 강화돼 튼튼한 치아를 갖는 데 도움이 됩니다. 좌우로 번갈아가면서 씹어서 양측 균형을 유지 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셋째, '탄수화물은 씹어라'입니다. 흔히, 고기는 질기다는 이유로 꼭꼭 씹어서 먹습니다. 밥은 꿀떡 삼킵니다. 면은 후루룩 먹습니다. 과연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 씹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요?
 
짐승들의 치아구조를 살펴보면 재미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들의 이빨은 뾰쪽하고 날카로워 물고 찢기에 좋고, 어금니도 몇 개의 날카로운 교두가 삼각형으로 배열된 원시적인 형태로서 오래 씹는 구조는 아닙니다. 꽉 물어 사냥을 한 다음 찢어서 꿀떡 삼켜 버리지요. 간혹 뼈나 질긴 힘줄 같은 것을 끊을 때만 어금니를 사용합니다.
 
반면에 소나 양 같은 초식동물의 이빨은 뭉툭한 어금니들로서 질겅질겅 오래 씹고, 되새김질에 유리한 치관(齒冠)이 잘 발달된 형태의 장관치(長冠齒)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하루 종일 꼭꼭 씹어 먹고 살아갑니다. 따라서 '고기류는 삼키고 채소류는 씹는다'는 것이 바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탄수화물을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곡류에 있는 녹말은 입안의 침샘에서 나오는 α-아밀라아제에 의해 분해되고, 육류, 해산물 같은 단백질은 위산에 의해 위장에서, 지방은 십이지장으로 내려간 뒤 담낭에서 나온 담즙에 의해 유화가 됩니다.
 

음식종류에 따라 씹는 요령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침에 의해 녹지 않은 고기는 사자처럼 꿀꺽 삼키기만 해도 위장에서 소화가 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턱관절을 많이 움직이면 위장에서 위산분비가 잘 되고 소화부위의 표면적도 넓어지므로 고기류 역시 잘 씹으면 좋습니다.
 
곡식류나 과일, 채소류 같은 탄수화물 특히 전분들은 구강 내에서 분비되는 침 즉, 아밀라아제에 의해 분해됩니다. 따라서 고기류보다 밥, 빵, 면, 과일, 채소 같은 탄수화물들은 반드시 꼭꼭 씹어 먹어야 합니다.
 
기억해 두세요. 많이, 골고루 특히 탄수화물은 꼭꼭 씹어서!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식품영양학 박사
부산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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