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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철학자와 어우러진 ‘김광석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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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3.16 09:50
  • 호수 264
  • 14면
  • 서명옥 소설가(report@gimhaenews.co.kr)

   
 
<김광석과 철학하기>
김광식
김영사·359쪽

사랑했지만엔 흄의 ‘의심 철학’이
이등병의 편지엔 칸트의 ‘비판 철학’

김광식 교수와 가수 김광석이 만났다. 광식이 대 광석이. 영화 제목 같다. 한 사람은 열 한 명의 철학자와 함께였고, 한 사람은 기타와 하모니카가 전부였다. 우리는 그저 그들이 들려주는 치유와 행복의 하모니를 듣기만 하면 된다.
 
김광석과 철학하기.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12가지 행복철학'이라는 부제까지 달린 걸 보면 분명 철학책이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편안한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 주옥같은 김광석의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듣는 기분이다. 그 노래를 듣다보면 아픈 부분이 불쑥 튀어나오고 그 뒤를 따라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롤스에 이르기까지 12명의 철학자들이 반창고를 발라주며 괜찮다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 같다. 슬픔으로 슬픔을, 생각으로 생각을 치유한다는 프롤로그의 문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저자 김광식 교수는 인지철학자이자 문화철학자이다. 12개의 트랙 중 마지막 12번째 트랙에서 두 사람은 정면으로 마주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몸이라는 '몸의 철학'을 김광석의 노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으로 이야기한다. 어느 시대이든 세상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저자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연애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어디 짝사랑뿐이겠는가.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억울한 진실을 밝힐 근육, 아무리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궁핍이고 절망인 이들을 위한 근육, 우리가 키워야 될 무수한 근육들의 기반을 위한 투표 근육까지.
 
모든 것이 꿈결 같다는 거리에서 지금의 나와 마주치게 된다. 내가 처한 곤란한 상황들이 꿈결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회피하고 싶은 나에게 아리스토텔레스는 '꿈결의 철학'을 말한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을 '행복'이라고 정의한 그는 그 행복이 즐겁다는 심리 상태가 아닌 활동 방식이라고 말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이성적으로 곧 중용을 지키며 사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사이를 오가며 줄을 타는 것, 모든 집착이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을지, 그렇게 되리라고 주문을 걸어본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는 플라톤의 이데아가 있다. 행복하려면 불가능한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상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거듭되는 절망 속에서도 다시 그 이상을 좇아야 되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사람의 얼굴은 그래서 아름답지만 우리 주위에서 꿈꾸는 이들을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나무에서 에피쿠로스의 '쾌락'을 만난다. 윤리시간에 배운 에피쿠로스 학파에 대한 오해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깨달으면서. 아타락시아, 흔들리지 않는 마음. 나무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좋은, 움직이지 않아서 좋은 마음의 철학. 누가 뭐라 해도 즐거운 건 즐거운 거고 좋은 건 좋은 것이다. 카르페 디엠!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님은 나처럼 에피쿠로스를 추종하고 있었을지도. 
 
사랑했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연인들에게는 흄의 '의심 철학'이 있고 이등병의 편지에는 칸트의 '비판 철학'이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를 남몰래 쓰는 슬픔 속에는 '혁명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마르크스를 만나고 어린아이에게서 어른의 모습을 보는 슬픔 속에서 '초인'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니체를 만나게 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하이데거는 '죽음의 철학'으로 그 사랑을 이야기한다. 아프지 않은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다. 아프니까 사랑이고 아프니까 삶이다. 하이데거는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르는 우리들에게 존재의 의미는 의미를 만드는 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송강호는 묻는다. 그런데 광석이는 왜 일찍이 죽었대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우리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꿈결처럼 사랑했고 아팠고 이별했다. 무작정 괜찮다고 말하는 이들보다 아픔과 슬픔을 그대로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가 훨씬 더 빨리 내 안의 것을 비워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지금의 나이, 정말 김광석은 왜 그렇게 일찍 죽어 버린 건지. 김해뉴스

   
 




서명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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