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 과정을 설명하는 김 대표.

"내가코리아 김승용입니다."

인제대학교 성산관 9층에서 만난 김승용(27) 대표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명함을 건넨다. '내가코리아.' 회사 이름의 뜻을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쉽게 알려줄 수 없다"며 농담을 던진다.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내가코리아'를 창업했다. 혼자서 기술 개발을 하고, 마케팅·판촉도 도맡아하는 1인 기업이다.

▲ 김 대표가 퍼팅연습기 '내가펏' 작동법을 시연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전자제품 뜯으며 관찰
“독창적인 물건 개발하겠다” 꿈 키워

2013년 방문했던 스크린골프연습장
관련 전자장비들 보며 창업 구체화
대학 연구실서 퍼팅연습기 제작 돌입

지난해 5월 ‘내가코리아’ 1인 회사 설립
1년 만에 퍼팅연습기 ‘내가 펏’ 개발
스마트폰 관련 아이템 4개와 함께 추진
“청년들에게 도전·성공 보여주고 싶어”


그는 창업 1년 만에 골프퍼팅연습기 'NAEGA PUT(내가 펏)'을 개발해 곧 생산에 들어간다. 또 스마트폰 기기 관련 아이템 4가지를 개발했다. 일부 제품은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저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 골프를 잘 치고 싶어 퍼팅연습기를 개발했다. 지금도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 둘 개발하고 있다. 이를 사업화하는 게 목표다. 현실에 겁을 먹고 창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도전과 성공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호기심 많던 초등학생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전자제품을 공구로 직접 뜯어보며 전자회로를 관찰하길 좋아했다.

그는 "학생 때부터 갖고 있는 가치관이 있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은 없었지만 어른이 되면 독창적인 물건을 개발해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어릴 적 꿈은 사업가였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를 만졌고, 중학생 때에는 유통업을 하는 부친 회사의 서류 정리, 회계 등을 도왔다. 이런 경력 덕분에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인제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사업가의 꿈은 2013년 겨울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스크린골프연습장이 실마리였다. 그는 그곳에서 정작 골프보다는 속도, 비거리를 인식하는 전자장비들에 더 관심을 가졌다. 골프를 치면서도 눈은 공이 아니라 장비들에 가 있었다. 그는 장비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어떻게 속도를 측정하고 비거리를 인식하는지 확인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골프보다는 장비들을 보고 '어떻게 만든 걸까'라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스크린골프연습장이 점점 늘면서 누구나 골프를 칠 수 있게 됐습니다. 골프 연습기기 수요도 늘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때부터 대학교 연구실에서 퍼팅연습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대학생 때 'CPU'라는 로봇개발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드론, 탐사로봇 등을 개발하는 동아리였다. 동아리 연구실에는 퍼팅연습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장비가 다 마련돼 있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30만 원을 자본금으로 삼아 연구를 이어가 2013년 말 퍼팅연습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세 번 개발 끝 '내가 펏' 완성

▲ 잔디밭에 설치한 '내가펏'.
김 대표는 처음 개발한 제품에 만족하지 못했다. 좀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때 그의 발목을 잡은 건 개발비였다. 그는 개발비를 지원받고, 전문성과 사업성을 갖추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지난해 2월의 일이었다.

김 대표는 5월에는 '내가코리아'라는 회사명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평범한 부모라면 취업을 준비해야 할 때 창업을 선택한 아들의 모습에 불안해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아들을 믿고 지지했다.

김 대표는 7월 두 번째 퍼팅연습기를 다시 만들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퍼팅연습기의 불편한 점을 직접 파악한 뒤 보완한 제품이었다. 당시까지 개발된 퍼팅연습기는 퍼팅 비거리 측정기와 퍼팅 매트가 일체형으로 돼 있었다. 이 때문에 항상 같은 위치에서 정해진 곳에 공을 놓고 퍼팅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가 만든 제품은 퍼팅 위치를 변경하고 지형을 조절해 실제 필드와 비슷한 환경에서 퍼팅 연습을 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제품도 배터리 안정화 실패 탓에 시판용으로 내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다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난달 초 세 번째 제품인 '내가 펏'을 만들어 냈다.

김 대표는 '내가 펏' 작동 방법을 직접 보여줬다. 그는 내가펏을 인조잔디 위에 설치한 뒤 퍼터를 잡았다. 퍼터로 공을 치자 내가펏 화면에 공의 속도, 비거리가 표시됐다. 퍼팅 위치를 변경할 때에는 내가펏을 직접 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퍼터로 내가펏의 위치를 바꿀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퍼팅 연습을 할 때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자가 제자리에서 퍼터만 갖고 위치 변경, 홀컵의 지형 조절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개발 기간 6개월 동안 하루 종일 책상에만 앉아 있었다. 문제점이 생기면 우울해지기도 했다. 잘 하고 있는 건지 불안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믿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내가코리아 김승용 대표가 '내가펏'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내가코리아라는 회사 명칭은 김 대표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에 김승용 대표입니다"라고 소개하며 회사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지었다. '내가'라는 단어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코리아'를 붙여 '내가코리아'라고 했다.

김 대표의 회사는 1인 기업이다. 제품 개발, 판로 개척 등의 일을 혼자서 다 하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모두 사업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펏 시제품을 사업화하려면 최소 3억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적은 돈이 아니다. 그는 그동안 생각했던 스마트폰 관련기기 등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아이템을 먼저 사업화해 자금을 확보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40세 이전에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것이다. "친구들은 취업 준비를 하느라 바쁠 때 창업을 선택했습니다. 아직 부족해서 배울 게 많습니다. 내년에는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제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음 세대 청년 창업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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