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첫 내신시험과 모의고사에서 모두 3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래 놓고 담임선생님에게 당당하게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가겠다고 했답니다. 선생님은 '지금 성적으로 서울대에 갈 수 있느냐'고 혼을 내더군요. 그러면서도 현실과 타협해 목표 대학을 낮추기보다는 높은 목표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목표를 성적에 맞추지 않으려고 더 노력했습니다. 결국 목표로 세운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김해대청고등학교를 졸업한 서경덕(20) 씨는 그야말로 '성적 역전'을 이룬 학생이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법 소개 강연, 입시설명회 등을 찾아 다녔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전교생 400명 중 100등 정도에 머문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3년간 노력한 끝에 상위 0.6% 미만만 진학할 수 있는 연세대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규칙적인 생활 익히려 기숙있는 고교로
집중하는 ‘순 공부 시간’4시간 정해
매일 밥 먹듯 문제 푸는 습관들이고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과목 공부

정리한 개념 3번 정도 쓰고 읽고 생각
손·입·머리 함께 활용 ‘오감학습법’ 효과

영어, 문제만 풀기보다 지문 파고들어
논리적 언어감각 익히는 데 주력

■기숙사에서 규칙적 생활
서 씨는 기숙사가 있는 장유 김해대청고에 진학했다. 그는 동김해 쪽에 살았다. 집 인근에 통학할 수 있는 고등학교가 많았는데도 굳이 기숙사 학교로 간 것은 규칙적인 생활을 몸에 익혀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기숙사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학교 친구들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 그때부터 진지하게 학업과 꿈에 대해 고민하고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 씨는 중학교 때에는 광고,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마케팅 분야 전문가를 꿈꿨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실시한 수도권 대학 탐방에 참여했다. 경영학과 교수, 학생 들과 메일을 주고받거나 만나기도 했다. 그들로부터 얻은 정보는 그가 원하던 방향과 달랐다.
 
서 씨는 다른 학과를 탐방한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 결과 통계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통계학은 모든 분야에 기본적으로 쓰입니다. 통계학을 공부하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리더'가 될 수 있고, 데이터 과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마케팅과 접목할 경우 역량 있는 마케팅 전문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후 통계 관련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정보를 얻고, 관련 동아리 활동을 했다. 학생들의 매점 이용에 대해 통계조사를 해서 엑셀 프로그램으로 결과를 냈다. 성별, 학년, 시간대로 달라지는 매점 이용량의 규칙성을 찾아 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확률과 통계, '양적연구방법' 등에 대해 교사들에게 물어보면서 심화학습을 했다.
 
서 씨의 이런 활동은 학생부종합으로 합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꿈을 설정한 뒤 교과 내용을 토대로 동아리 등 관련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해대청고를 졸업한 서경덕 씨가 연세대학교 교정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습관처럼 한 공부

"공부는 의지보다 습관입니다. 열심히 하려는 의지, 좋은 대학에 가려는 의지는 언젠가는 무너지고 맙니다. 그러나 매일 밥을 먹듯 수학문제를 푸는 습관을 기르면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의욕만 앞세워 무리하지 말고 물 흘러가듯 습관처럼 공부하는 게 중요합니다."
 
서 씨가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등급을 하나 올리기 위해 채택했던 공부 방법은 '꾸준함'이었다. 그는 단순히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정말 집중해서 공부하는 '순 공부 시간'을 4시간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반드시 지켰다. 주말에는 5시간씩 꾸준히 공부했다. "주말에는 10시간씩 공부해야 한다는 조언을 선생님으로부터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몰아서 공부를 하면 다음 날 체력이 방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4~5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거기에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과목을 공부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야간자율학습 1교시에는 영어, 2교시에는 수학을 공부하는 식이었다. 수면 습관도 바꿨다. 무조건 밤 12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잠을 자기 1시간 전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컴퓨터나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매일 6시간 이상 잤기 때문에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학교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손·입·머리 오감학습법
서 씨의 공부법은 '오감학습법'이었다. 전과목 성적이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오른 비법이라고 한다. 오감학습법은 정리한 개념을 3번 정도 따라 적고, 입으로 3번 따라 읽고, 개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머리로 생각하는 방법이다. 머리로만 공부를 하면 생각이 다른 쪽으로 흐를 때가 많았기 때문에 손으로 적으면서 생각하는 과정을 넣은 것이다.
 
수업시간에도 오감학습법을 통해 공부했다. 효과는 컸다. 수업시간에 모든 내용을 받아 적으려고 애쓰는 대신 중요한 내용,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구별하면서 공부했다. 교사가 중요하다고 하는 부분을 받아 적고, 고개를 끄덕여 보고, 교사의 몸짓이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내용을 익히려고 했다.
 
"성적이 3등급일 때는 마치 필기 기계처럼 선생님이 일러 주는 내용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필기했답니다. '나중에 자습시간에 복습해야지'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복습해야 할 양이 늘어나 계속 미루게 되고 내용을 잘 기억할 수도 없었습니다. 수업시간에도 자습시간처럼 외워 보고 적어 보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큰 도움이 됐어요. 이후 내신 1등급과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영어, 언어감각 습득에 주력
서 씨는 모의고사에서 항상 4등급에 머물러 있던 영어 때문에 고민을 했다. 나름대로 어휘나 구문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지문은 머릿속에서 헛돌기만 했다. 그는 어휘, 구문을 몰라도 내용을 잘 이해하는 친구들을 관찰한 결과 특유의 논리적 언어감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부터는 언어감각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한 지문을 깊게 살폈다. 지문당 20분씩 하루에 4지문을 분석했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나중에는 특정 접속사 뒤에 지문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볼 수 있게 됐다. 지문 전체를 보는 연습을 통해 지문의 구조가 나열식 구조인지, 스토리텔링식 구조인지, 인과관계에 따른 구조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사회탐구 과목의 경우 학습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신경을 썼다. 그는 "사회탐구 과목의 범위는 넓다. 어느 부분을,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지 까먹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학습 위치를 파악하면서 공부했다. 반복되는 공부 시간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억도 잘 됐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후배들에게 꿈을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요즘 사회에서 흔히 쓰는 '헬조선'이라는 말 때문에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공부만큼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어느 공부법이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공부법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한 가지 공부법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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