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앓다 마사지 배워
자격증 취득 복지관서 활동

이주민 대상 한국어 지도도

"어르신들은 자신의 발바닥에 점이 있는지도 모르더군요. 자식도 안 만져주는 못난 발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발'입니다."
 
'아사발(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발) 봉사단'의 박미애(57) 단장이 자신의 손을 만져보며 환하게 웃는다. 아사발 봉사단은 노인의 발을 마사지하는 재능봉사단이다. 단원은 15명이다. 박 단장이 직접 발 마사지를 가르쳐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들이다. 다들 정기적으로 봉사를 한 지 10년이 다 돼 간다. 박 단장은 20년이 다 돼 간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김해시자원봉사한마음대회에서 행정자치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박 단장은 단원들과 함께 1주일에 한 번 김해시사회종합복지회관에서 노인들의 발을 만져주는 봉사를 한다. 경로당·복지관에 강의·봉사를 하러 가거나, 노인의 날·장애인의 날 등 특별한 기념일에도 발 마사지를 한다.
 

▲ ‘아사발’ 박미애 단장이 봉사경력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있다.

발 마사지는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봉사활동이다.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발 마사지 봉사를 할 때에는 아침부터 몰려오는 어르신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박 단장은 "찾아오는 모든 어르신들의 발을 다 만져줄 수는 없다. 주말에는 순서를 정한다. 그런데 마사지를 더 받고 싶어 순서를 모르는 척 하는 어르신들도 있다"며 웃었다.
 
박 단장이 발 마사지를 시작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그는 30세 여름에 느닷없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의사로부터 받은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관절이 파괴되는 류마티스관절염 초기라는 것이었다. 이후 8년간 통원 치료를 했다. 그는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아직 그 여파가 남아 있다"며 손마디를 보여줬다. 그의 손 관절 여러 곳은 뒤틀려 있었다.
 
박 단장은 이 무렵부터 발 마사지를 하게 됐다. 통원치료를 하다 우연히 발 마사지를 알게 된 것이다. 거짓말처럼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병세가 호전된 상태다. 그는 "발은 신체의 말단 부위다. 사람들은 발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나무에서 뿌리가 가장 중요하듯 사람 몸에서도 발이 가장 중요하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이 중요한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마사지라고 생각해 자격증을 따서 봉사와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함께 발 마사지를 하는 단원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무좀이 있고 각질이 많고 냄새도 나는 발을 만지는 게 꺼려지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사실 그렇다. 발 마사지는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 발 마사지는 고역이다. 그러나 단원들은 싫은 말 한마디 안하고 봉사하러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다 함께 어르신들의 발을 만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어르신들로부터 교훈을 배우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단원들이 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최근에는 김해YMCA에서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어 강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 초급·중급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설에도 이주민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다. 주말에도 나가 강의를 진행한다. 개인시간이 없는 빡빡한 일정이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봉사는 행복"이라고 말한다.

김해뉴스 /어태희 기자 tt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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